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평생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익히 듣고 보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로맨스다. 상대방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점점 만날수록 헤어져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은 더욱 단단해진다. 온갖 어려움을 둘은 헤쳐나가며 더이상 헤어질 수 없다는 것만 더욱 확인할 뿐이다. 서로가 사랑을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작품은 끝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다. 작품은 작품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둘은 분며히 행복하게 잘 살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실은 다르다. 연애를 한 후 결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 헤어지지 못해서다. 함께 있고 싶고, 하고 싶고, 먹고 싶고,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서다. 막상 결혼을 한 후에는 환상에서 깨어난다.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지라도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조건과 상황에 따라 마음도 달라진다.

<낭만적 연애와 그 이후의 일상>은 바로 그 지점을 설명한다. 책은 소설이다. 어떤 부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이론적으로 그 이유를 파헤치는 작품이 아닌 가상의 두 인물이 사랑하고 결혼해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중간 중간 작가의 생각이 논술풍으로 섞여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내가 너희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자세히 풀어줄께. 지금 생긴 그 마음이 왜 그런지 혹시 모를까봐 그러니 내 이야기를 잘 들어봐. 이런 식이다.

약간 삐딱하게 보자면 지가 얼마나 잘 났다고 그러냐. 작가는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대상과 내용이 달라진다. 과거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알랭 드 보통은 이제 나이만큼 다른 이야기를 해 준다. 낭만은 잠깐이고 그 이후 살아가야 하는 일상은 평생이다. 우리가 결혼을 해도 연애기간에 비해 결혼기간은 훨씬 길다. 간혹 연애 기간이 더 긴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연애를 오래했어도 두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느 누구도 함께  생활하며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은 살아보기 전에 모른다. 책의 주인공인 라비와 커스틴은 어렸을 때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진 않았다. 둘 다 가족과의 약간 문제를 경험했지만 그 정도는 유별나다고 하긴 힘들다. 둘은 서로 사랑하고 동거하고 결혼한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자신을 맞추려 노력한다. 혼자였으면 쉽게 결정했을 판단에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문제때문에 포기하기도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최종적(?)으로 둘 사이에 생긴 아이는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도구(?)다. 이제 둘 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무엇을 해도 부부가 아닌 4인 가족으로 고려하고 판단해 결정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낭만적이었던 상대방의 여러 행동과 모습은 점점 일상이 된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조심스러운 행동은 저멀리 내던진다. 아이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심리적 갈등과 육체적 피곤은 낭만을 과거의 일로 완전히 추억이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둘 사이는 부부로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지만 그만큼 여전히 상대방을 모르는 것도 있다. 이제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의 행동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탐험하지 않는다. 어느덧 권태에 빠지게 된다. 더이상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우리 삶을 조명한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는 이유는 하루 이틀도 아닌 계속해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피할 공간이 없어서다.

연애할 때는 서로 잠시 휴지기도 갖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만날 수 있다. 결혼은 피할 곳도 감정을 추스릴 시간도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피하고 싶어도 해야 할 일은 멈추지 않고 반복된다. 누군가 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낭만은 점점 한 때가 되어버린다. 정말 그럴까. 누구도 결혼을 해 본적도 아이를 키워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경험한다. 모든 것들이 전부 낯설고 서툴다. 각자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일상이 펼쳐지고 하루가 지나도 또 하루가 온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서로 상대방을 다시 보게 된다. 정확하게는 상대방인지 나 자신인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도 새롭게 결혼을 할 준비가 되었고 결혼한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다시 또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라는 동화로 끝을 맺는 느낌은 든다. 제도권에서 살아가는 올바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책은 무척 도덕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니. 그런 점이 포장인지 진실인지 몰라도 대부분 가아야 할 방향이다. 솔직히 영국이나 미국같은 서양은 어떤지 몰라도 한국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마무리다. 

그렇다고 다시 태어나 결혼한다는 책의 이야기에 반대하거나 믿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할지라도 갈수록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나 스스로를 발견한 만큼 둘 사이의 관계도 발전한다. 아이들이 자란만큼 함께 공유한 세월과 감정은 다른 사람이 파고 들 여지는 없다. 낭만적 연애는 몰라도 소소한 행복은 틈틈히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흔히 말하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솔직히 책은 소설로써는 그다지 흥미롭거나 재미있지 않았다. 중간 중간 작가의 현 상황에 대한 코멘트는 참신했지만 그다지 새롭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소설형식이니 소설이 재미있어야 한다. 어떤 부분은 소설 내용보다 코멘트가 훨씬 더 장황하게 길게 이어져 지루하기도 했다. 어차피 낭만을 꿈꿔야한다. 그것마저 우리에게 빼앗지는 말자. 사귈 때도 현실에서 낭만과 다를때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이 유치하고 뻔한 내용이라도 로맨스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보는 이유아닌가. 

고로 낭만적 연애 이후에 반복되는 일상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도 꿈을 꿔야 삶이 더 행복한 것처럼 언제나 우리는 낭만을 꿈꾸며 노력하고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낭만에 취하지 말자는 의미인 듯 싶다.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그리고보니 20대에게는 현실자각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세월따라 독자층도 함께 나이를 먹었을 때니 차라리 그에 맞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작가도 독자도 세월은 흐른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낭만을 꿈꾸며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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