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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 돈의 효용

 

경제를 배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시대순으로 경제와 관련된 사상에 대해 연대기로 쫓아가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는 당시를 살았던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발표된 논문으로 알게 된다. 경제학자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딱히 경제라는 학문이 있던 것은 아니라서 철학자에 좀 더 가까웠다. 이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수학과 연결이 되고 최근에는 심리와 연결되어 경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제라는 걸 알려주는 책들이 약간 고상한 측면이 있다. 경제는 우리 실생활에서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나 이를 설명하는 형식이나 방법은 무척이나 어렵다. 잘 모르는 단어뿐만 아니라 근대에 들어서 수학까지 접목하니 더욱 어렵다. 이전까지는 경제는 썰이 다소 중요했다. 스토리를 근거로 경제를 설명했다. 수학이 결부되면서 어떤 경제적인 현상을 숫자로 표시할 수 없으면 다소 터부시되는 느낌도 들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아니다.



숫자까지 결부되었을 때 인간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존재라는 개념이 강했다. 심리와 결부되며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감정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다양한 군중 실험 등을 통해 경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천사를 하나씩 배우는 것은 꽤 재미있다. 지금 와서 굳이 알아놓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알아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경제학 오디세이>는 1713년 니콜라스 베르누이부터 시작한다. 베르누이는 경제학보다는 수학자라 표현한다.

여기서 꽤 재미있는 건 경제라는 걸 설명할 때 좀 고상한 철학과 개념으로 알려주는데 이 책은 아니다. 아주 흥미롭게도 - 나한테만 그런지 몰라도 - 돈을 근거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돈을 보는 개념과 방법 등을 근거로 설명을 하니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1,000원을 받는다. 그러면 기쁠까. 별 감흥이 없을까. 이는 그 돈을 받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1,000원을 주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르다.

같은 1,000원이라도 이처럼 효용은 다르다. 이런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근거로 경제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이를 논하고 개념을 발전시켰는지 하나씩 연대기순으로 쫓아간다. 처음에 나온 개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다. 사람들은 어떤 기대값을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한다는 뜻이다. 기대되는 값이 1,000원이라면 990원까지 낼 수 있다. 그래도 10원을 벌 수 있으니 하는게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댓값이 무한이라면 누구라도 무한하게 베팅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정작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게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0보다는 큰 기대를 하지만 커질수록 오히려 움추려 들게 된다. 이는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규모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 어떤 물품이 갖는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진다. 10만 원이나 되는 가격이 누군가에는 큰 기쁨을 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썰로 풀어내던 경제학은 어느 순간부터 이를 숫자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댓값이라는 걸 막연히 추측하는 것이 아닌 고도로 복잡한 수식을 갖고 풀어낸다. 이렇게 숫자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답이 있다는 뜻이 된다. 숫자로 딱 떨어지게 답이 나온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판단은 감정이 배제되고 가장 최적의 판단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너무 당연한 전제가 이로 인해 오래도록 인간을 이성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볼 때 위에 이야기한 1,000원은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10,000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나 똑같이 행복을 안겨줘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분명히 1,000원은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똑같은 1,000원이다. 이건 변할 수 없는 숫자다. 이게 바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똑같은 기쁨을 느껴야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상태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 되어 버렸다.


현대에 들어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러 실험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인간은 원래 그랬다. 현대에 들어 갑자기 인간의 본능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통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이런 변천사를 책은 경제학자를 통해 하나씩 쫓아간다. 이를 숫자와 연결되어 말한다. 경제를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다른 경제학책과 그런 면에서 다소 다른 학자들을 알려주고 있다. 부제인 위험, 선택 그리고 불확실성에 따른 역사 추적 책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해당 경제학자의 곁가지 이야기가 많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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