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트레이더

 

제목과 표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라는 제목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표지도 담백한 것이 오히려 역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 주식 투자 책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는 인상이었다. 주식 트레이더의 책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투자 스킬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온갖 차트를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눌림목이거나 진입 타이밍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트레이딩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아려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 이와 달리 차트가 전혀 책에 포함되지 않은 책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순수하게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많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런 책은 극히 드물다. 후자의 경우는 내가 그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진짜 트레이딩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인 경우다. 자신이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 알려주기 보다는 어떤 철학을 근거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고 대처하는지 설명한다. 주식 책을 읽는 것은 뭔가 돈버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이건 맞다.



문제는 기술만 갖고 있는다고 주식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철학과 원칙인 경우가 더 많다. 매수와 매도에 대해 룰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원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싸게 사고 비싸게 산다는 진부한 표현을 지키는 것은 엄청나게 쉬운 듯 보여도 막상 실전에서 하려면 무척이나 어렵다. 거기에는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락을 했을 때 공포라는 감정이 밀려오고, 상승할 때는 반대로 욕망이라는 감정이 쏟아진다.

이런 심리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있지만 그들마다 전부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 각자 다양한 방법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라 남들과는 다르다. 그 원칙을 다른 사람이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차트를 보며 이렇게 하라고 해도 막상 적용하는 것이 다른 이유다. 그런 심리를 이겨내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이 원칙은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설명한다. 투자 기술을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투자관과 개념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진짜로 이 책에는 딱히 자신이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어떤 기술을 갖고 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알려준다면 52주 신저가를 참고로 투자한다고 알려준 정도다. 그 외에는 딱히 명확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스캘핑 등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처럼 느껴졌다. 하루 단위로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듯하는데 말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가 아는 트레이더는 대체적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 등을 보긴 해도 차트의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안다. 그럼에도 저자는 테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테마를 타고 상승한다면 매집하면서 수익을 내는 걸 노릴 것이라 생각되는데 다소 다른 뉘앙스라 놀랐다. 좀 더 진중한 기업을 거래한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이에 대해 딱히 이렇다할 방법은 알려주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트레이더라는 투자관점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아무래도 주로 트레이드를 하는 투자자라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가치투자가 옳다. 트레이더가 옳다. 이런 건 없다. 어떤 방법을 하든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하면 된다. 책에서도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 지인에게 알려줬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른 투자로 했을 때는 성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트레이드를 책에서 알려주는 것이 아닌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한다는 점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자가 20대 초반부터 트레이드를 시작해서 10년 넘게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한다. 아직도 30대 초반이다. 나이를 볼 때 충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텐데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 책은 투자 스킬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면 실망하겠지만 투자 철학을 받아들이기 위해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듯하다. 현재 유튜브도 하고 여러 사업으로 주변에 도움을 주려한다고 한다. 투자는 힘들고 혼자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고백에 동의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트레이딩 스킬 하나 정도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투자 철학을 배운다.

함께 읽을 책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받아들이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유 중 하나도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착각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 하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 누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느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지 못한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다. 숙명이다. 그게 인생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부지런하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다. 어떻게 보면 그와 나는 딱 하나의 차이가 있다. 그는 하기 싫어도 끝까지 해 냈고 난 그렇지 못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오히려 관건이다. 하기 싫다고 안 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나에게 더 큰 하기 싫은 일로 돌아온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같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다.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기 싫다. 상사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 억지로 어색한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늘어지게 집에서 멍하니 시간이나 때우고 TV나 보며 보내고 싶다. 이런 것들은 전부 바램이다. 현실에서 그다지 실행 가능성이 적다. 어쩌다 잠깐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직접 체험해 보니 더욱 그런 삶을 꿈꾼다. 막상 매일 같이 그런 삶을 살게되면 그마저도 새로운 하기 싫은 일이 된다. 매일같이 집에서 TV나 보며 빈둥거리면 행복할까. 어쩌다 하는 행동이 재미있고 좋은 것이지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놀랍게도 하기 싫은 일을 해 낼 때 대부분 성장한다. 습관적으로, 태생적으로 편한 걸 찾게 되고 회귀본능처럼 하게 된다. 정작 그걸 선호하더라도 불행히도 현대인에게 그럴 자유가 부족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도태된다. 꼭 성공해야 할 이유는 없어도 현대인으로 살...

이혼 보험 로코드라마

이혼 보험이라는 독특한 보험 상품이 등장했다니 놀랍습니다. 보험은 본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미리 준비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개념이죠. 이혼 보험은 이러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참신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보험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혼 보험이라는 아이디어는 비록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정말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혼이 한 해 동안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험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가집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보험사에게는 가장 유리하죠. 즉, 보험료를 받고도 지급할 일이 없으면 수익이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혼 보험 역시 팔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보험사에게 최선의 결과일 것입니다. 드라마 이혼보험에서 묘사된 내용은 현실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혼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요.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실제로 이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드라마는 이혼보험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노기준은 두 번의 이혼 경험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이혼은 상대방의 비구니가 되려는 꿈을 존중하며 이루어졌고, 두 번째는 외국에서 온 상사와의 결혼 생활 중 바쁜 일상 때문에 결혼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끝난 사례였습니다. 이다희가 연기한 전나래는 노기준의 두 번째 아내였지만, 현재는 그의 파트너가 아닌 강한들(이주빈)이 주요 여성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강한들은 계리 업무를 담당하며 감성적인 성격을 ...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워런 버핏이 추천한 책이다. 내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워런 버핏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엄청난 다독가면서도 추천한 책은 많지 않다. 다독가라고 하지만 살짝 개념은 다르다. 워런 버핏은 다독가라는 개념보다는 활자 중독자라는 표현이 좀 더 맞다. 기업과 관련된 온갖 정보를 다 읽는다. 잡지까지도 포함해서. 그러니 흔히 생각하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반인보다 많이 읽긴 하겠지만 책은 많이 읽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 워런 버핏이 추천한 가장 유명한 책은 현명한 투자자다. 가치 투자자에게는 성경이라고 하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이다. 이런 책말고 이 책을 추천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했는데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나중에 번역 된 걸 알긴 했으나 굳이 보려 하진 않았다. 그래도 좀 보는 게 어떨까하는 욕망(?)은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워런 버핏 추천아닌가. 결론부터 곧장 말하면 너무 늦게 내게 왔다. 책에 나온 내용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은 맞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늦었다고 표현했다. 이미 이런 종류 책을 많이 읽었다. 여기에 책이 출판된 게 1940년이다. 그 이후 개정판으로 내용이 좀 보강되긴 했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그러니 올드하다. 올드할 뿐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전부 거짓이 없다. 제목이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여기서는 수수료를 말한다. 월스트리트는 수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곳이다. 자신이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만큼 많이 차지하는 게 돈을 맡기로 오는 사람이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데 이걸 불리고 싶다. 내가 직접 주식 투자를 할 능력은 안 된다. 또는 사업 등으로 바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