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딱 한 명

 

수많은 선택을 하며 지금까지 살았다. 어떤 선택을 했든간에 선택은 거의 대부분 둘 중에 하나를 말한다. 어떤 것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 그에 따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만약 당시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에 대한 궁금증을 누구나 갖고 있다. 내가 한 선택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반대의 선택을 했다면 하는 가정을 하게 된다. 이걸 미련이라고 할 수 있다. 미련이 쌓이면 자기 스스로 인생에 대한 후회를 하면서 시간을 갉아먹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작품에서 우리가 미처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대리민족의 체험을 하게 해준다.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게 만드는 상황.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어떻게 보면 큰 노력없이 현실에서는 미처 할 수 없었던 일을 한다. 이런 내용은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괜히 좋다. 감정이입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작품 속 캐릭터에 감화되어 함께 웃고 울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속 주인공이 잘 되기를 나도 모르게 간절히 바란다.

워낙 이런 종류의 작품이 많다. 어떻게 본다면 이런 작품들은 자아 찾기와 비슷하게 흐리기도 해서 자기계발 분야라고 해도 될 듯하다. 작가 본인은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은 하겠지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비슷하다. 뭔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소설이라는 점만 알고 읽었다. 어쩌면 최근 유행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었기에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지도 모르겠다. 굳이 비교한다면 이 작품이 훨씬 음울하고 성인을 위한 작품에 가깝다는 정도다.

주인공인 노라는 많은 것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좋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현재는 후회로 가득하다. 자신이 하는 일도 제대로 안 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모든 것들이 전부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자신이 믿고 함께 사는 고양이마저도 자신의 곁을 떠난다. 이와 함께 노라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한다. 이런 점은 현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자살은 생각보다 쉽게 결정해서 즉흥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

많은 고민을 하고 또 한 후에 결정할 수 있는 걸로 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는 것도 어렵다. 여하튼 그렇게 자살을 시도한 노라는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어릴 때 자주 가던 도서관이라는 알게 된다. 그곳에는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이 반갑게 노라를 맞이한다. 노라는 엘름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현재 죽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는 수많은 책이 놓여 있는데 그 책은 전부 자신과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후회의 책'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노라가 살면서 갖고 있던 온갖 후회가 그곳에는 있다. 이제부터 노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지 못했던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탐험을 한다. 누구나 하고 싶었던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걸 다하고 살 수는 없다. 했다고 꼭 행복하다거나 나에게 맞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해봤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누구나 갖고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심리를 소설은 쫓아가며 보여준다.

노라는 현재는 딱히 이렇다할 것도 없을 정도라 내세울 것은 더욱 없다. 지금까지 자라면서 했던 여러가지 중 몇 가지는 분명히 괜찮았지만 포기했다. 그런 것부터 하나씩 노라는 해본다. 수영선수로 재능도 있었고 노력만 더 한다면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었다. 밴드를 오빠와 함께 시작했는데 레코딩하면서 잘 나갈 수 있었지만 포기했다. 오빠는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노라가 포기해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상당히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노라는 현재 자신이 하는 것은 무척이나 하잘 것 없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가 하는 많은 것들이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중요하다는 교훈을 책은 준다. 자신은 단지 학생의 피아노 레슨을 했을 뿐이다. 그저 그랬을 뿐이다. 거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거창할 수 있다. 꼭 그렇진 않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나쁜 길로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저 정성을 갖고 피아노 레슨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처럼 노라는 아주 다양한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거나,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인생을 살아본다. 그럴 때마다 처음에는 다소 흥미가 생겼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그 즉시 잠에서 깨는 것처럼 다시 도서관으로 온다. 결국에는 단지 딱 한 명이었다. 그 한 명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면 노라는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 사실을 자신이 몰랐을 뿐 알게 되면 말이다. 그로부터 현재의 인생을 잘 살아내면 되는 거 아닐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짧은 에피소드는 재미없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생을 살아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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