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체 게바라 - 가족


체 게바라는 안다. 솔직히 자세히 모른다. 그럼에도 체 게바라를 안다. 굳이 이야기하면 저항의 정신. 최근 젊은 세대는 몰라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면 체 게바라는 이름은 안다. 안다는 표현이 애매한 것이 그에 대해 거의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이미지다. 젊음과 저항은 맞닿아 있다. 청춘에게 저항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이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체 게바라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체 게바라가 저항의 상징이라는 것만 안다.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저항이라고 하면 어딘지 멋있게 보이니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몸에 문신을 새긴다. 정작 체 게바라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거나 일대기에 관련된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다 극히 드물지 않을까.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실제로 그가 어떤 인간인가는 전혀 문제 없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다. 일단 이미지가 생성되어 고착되면 그 다음부터는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손 쓸 수 없다.

그렇게 체 게바라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마저도 이제는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체 게바라에 대한 여전히 티셔츠 등에 프린트 된 옷을 입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기 마련이다. 체 게바라가 더욱 유명해진 이유는 이마저도 또한 이미지기도 하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쿠바에서 활동했다. 이후 볼리비아에서도 활동을 했지만.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어디까지나 미국 덕분이 아니었을까.

미국에 저항하는 사나이. 별 것도 없고 군대도 없고 혈혈단신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쿠바에서 미국에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한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가 만약 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부군의 반군으로 활동했다면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듯싶다. 사실 체 게바라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가 유명인물이 된 것은. 이런 내 생각도 사실 정확하지 않다. 난 체 게바라에 대한 일대기를 읽은 적도 없고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저 저항의 상징이라는 점만 알고 있다. 이미지가 된 사진을 보면서 '어, 체 게바라다!'하는 정도 일 뿐이다. <나의 형, 체 게바라>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나온 체 게바라의 일대기나 활동 이야기가와 다른 점은 가족이 직접 썼다는 것이다. 막내 동생이 썼는데 워낙 나이 차가 커서 큰 형뻘이고 조금 더 나이 차가 난다면 아버지 뻘이다. 그런 그가 시간이 지나 형에 대해 가족으로 겪었던 경험과 가족만이 알려줄 수 있는 걸 소개하는 책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이런 명제에서 난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떤 군인이 있다. 뛰어난 전쟁 수행 능력이 있다. 그렇다해도 그는 그저 군대 내에서만 큰 대접을 받을 뿐이다. 막상 국가간 큰 전쟁이 나면 그는 영웅이 된다. 우리가 세계대전에서 알고 있는 유명한 장군은 전쟁이 벌어졌으니 알게 된 사람이다. 이처럼 그 시대에 맞는 영웅이 생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유명한 인물 정도에서 멈춘다.

또 하나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다. 타고난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금까지 보면 대체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누군가 만들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경험과 사유를 통해 만들어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나 가족이다. 부모와 형제들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체 게바라 경우에도 부모의 영향은 크다. 아버지는 이 책을 읽으면 별로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더라도 개방과 자유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체 게바라가 성장하며 저항의 상징이 된 토대를 마련한 듯했다.

원래부터 난 놈은 없다. 그가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조금씩 스스로 만들어 갈 뿐. 책을 읽어보면 오토바이로 세계일주를 하는 걸 읽어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그렇게 막시즘에 빠지며 자본주의에 맞서 싸운다. 공산당이 변질되며 그의 전설은 죽음으로 완결된다. 그렇기에 저항의 상징이 되어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있게 되었다. 여기서 남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어떠했을까. 역시나 힘들었다. 남은 모든 것은 오로지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토록 유명한 체 게바라의 가족이니 저절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저항의 상징이니 남은 가족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부에 맞서 싸운다. 형인 체 게바라는 쿠바라도 남은 식구는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도 독재로 유명했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아들을 찾는 어머니 운동으로도 유명할 정도다. 이 책의 저자인 후안 마르틴 게바라도 역시나 아르헨티나에 맞서 싸워 감옥에 투옥되고 모진 취조를 받는다. 다행히 시대가 뜻하지 않게 변경되며 나오게 되었다. 죽지않고.

자신이 체 게바라의 동생이라는 걸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활동했다. 조용히 사업하고 서점을 운영할 때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체 게바라의 가족이라는 무게감이 아마도 엄청났으리라.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니 가족은 알 것이라는 사람들의 판단도 한 몫했으니 더욱 힘들었으리라. 시간이 지나 어느 덧 70대가 되어 더이상 늦기 전에 정리하는 의미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체 게바라, 가족이 알고 있는 체 게바라. 가족의 인생에 대해. 이런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감히 언급하기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렇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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