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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하는 주주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솔직히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면 된다. 문제는 이러다보니 한국에서 주식 투자는 장기간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10년 넘게 보유한 기업이 있지만 주가는 기간에 비해 아주 미미했다. 무상증자로 늘기도 했지만 수익률로 놓고본다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마 배당을 10년 동안 꾸준히 받았지만 만약 미국 기업이었다면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천조국이라 엄청난 테크 기업이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미국은 워낙 테크 기업이 이렇게 상승했다. 미국은 배당만 보면서 투자하는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이 테크 기업도 아니고 서비스기업에도 많다. 이렇게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일까. 그건 역시나 시스템과 제도 차이다. 문화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은 시스템과 제도에 맞게 행동한다. 그 안에서 행하는 일은 자신도 떳떳하다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것도 그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미 문화가 만들어진 후에 그런 제도가 뒤늦게 될 수도 있지만. 한국은 아쉽게도 규제가 많은 제도다. 무엇인가를 해도 좋다. 어떤 걸 하면 안 된다. 보통 전자가 좋아보이지만 후자가 더 창의력을 줄 수 있다. 하면 안 되는 걸 제외하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하면 된다고 하는 걸 제외하면 하면 안 된다. 현재 한국에서 주식과 관련된 가장 치열한 논쟁은 상법 개정이다. 내가 수많은 걸 알 수 없지만 딱 하나의 문구만 넣으면 된다.

현재 주식회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 이 문구 하나 넣는 게 그렇게 힘들다. 대부분 주식회사는 주인은 주주다. 한국에서는 주주가 아닌 경영주다. 보통 대주주도 아니다. 차라리 대주주라면 그나마 낫다. 대주주가 아닌데도 오너라는 자들이 좌지우지한다. 그들은 회사를 자기 것이라 생각한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노력한다. 주주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같은 경우가 드물다. 대주주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여러 세금 등을 이야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고.

중요한 건 주주의 이익이라는 단 한 줄인데 이게 많은 걸 의미한다. 여러 가지 큰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하겠지만 이사회에도 한다. 이사회는 대부분 한국에서 거수기 역할을 한다. 오로지 경영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통과시킨다. 심지어 이사회에 사외 이사가 되면 엄청난 이득이 생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이상해도 관심 갖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어떤 피해도 오지 않는다. 편안하게 이사로 챙길 걸 챙기려면 더욱 그래야 편하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이사가 주식회사에 해를 끼치는 결정을 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게 삼성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법원에서 주주가 아닌 회사에 피해를 받지 않았다. 이런 판결로 인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당시 판결은 아직까지 시스템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게 아닐까도 한다. 미국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법 개정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책이 <할말하는 주주>다.

책에서는 오로조 딱 하나의 기업만 소개한다. KT&G다. 이 회사에 투자한 이야기다. 그것도 엄청나게 오랜 기간 동안 벌어진 역사다. 재미있게도 이 회사는 오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대주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리인 비용이라 할 수도 있다. 그나마 정부가 최대 주주였지만 이마저도 다른 공기업과 달리 상장기업에 사건이 생기며 뒤로 빠지게 되었다. 이 자리를 운좋게 꿰어찬 사장이 있었다. 그와 결투(?)하는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무려 1998년부터 시작한다. 22년까지 이어지는 긴 역사다. 이 정도 기간동안 투자를 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사실 매력적인 기업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지금은 모르겠으나 가장 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담배회사였다. 배당까지 포함했을 때 엄청났다. 한국에서도 KT&G는 그럴 수 있는 기업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고 거의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주주 친화적인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크게 하지도 않는다. 상당히 큰 돈을 벌고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밝혀낸 펀드 이야기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지분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큰 지분일지라도 그 지분을 갖고 행동한다. 행동하는 이유는 먹튀를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가 제대로 작동하면 지금부터 훨씬 더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제대로 된 가치를 보여준다면 18만 원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써 있다. 그게 지금도 아니고 몇 년전이야기다. 최근 KT&G가 상당히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그래도 지금 주가는 12만 원대이다.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 임원진과 수없이 싸우고 이사회까지 파악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이런 노력이 처음에는 콧방귀 뀌며 우습게 안다. 웃으면서 반기지만 제안을 듣고는 적대적으로 변하며 언론플레이까지 한다. 이런 전개가 책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아쉬운 건 초반에 엄청 다양한 설명과 여러 측면을 보여주는데 제일 중요했던 20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년에 벌어진 사건을 묘사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듯한다.

주주 책인데도 소설처럼 구성해서 재미있었다. 또한 단순히 KT&G 회사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주식회사의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 왜 개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책에서 나온 분이 찾아보니 사외이사로 현재 되어있다. 미국도 과거에 이런 일이 펼쳐지며 지금처럼 주주친화적인 시스템으로 변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되기를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입장에서 바란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초반에 비해 뒷부분 설명이 좀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으면 상법 개정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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