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미레! - 웃자


로맨스 문학작품에서 가장 이상적인 컨셉은 문화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여타의 분야보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신기하고 신비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분야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연애의 대상도 흥미롭고 상당히 멋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로맨스 장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거의 대부분 지독히 편견이 섞인 내 관점에서는 그러했다.

편견이라 해도 어쩔수없는 것이 이번에 읽은 <스마일, 스미레!>도 그렇다. 지금까지 읽었던 로맨스 장르가 국내 저자라고 한다면 이번에 읽은 로맨스 장르는 일본이다. 워낙 우리보다 일본이 로맨스와 추리류는 훨씬 더 발달했고 다양한 종류가 있어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만화만 보더라도 그걸 알 수있다. <스마일, 스미레!>는 주인공이 음반 제작사 사장이다. 거대 기획사의 잘나가는 사장이 아니라 1인 기업의 여사장이다. 

나이도 이제 겨우 30살 정도로 어린 - 상대적으로 - 사장으로 인디씬에서 발견한 밴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귀진 얼마 되지 않은 애인과는 너무 바뻐 몇 번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도 일 생각으로 대화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어렵게 발견한 밴드의 30분 공연을 위해 공연 시디도 만들고 한정판 앨범 시디도 만들어 날밤을 새는 나날이 이어졌다. 기껏 만난 애인과도 밴드의 멤버가 갑자기 급하게 불러 찾아갔을 정도로 열정을 쏟을 정도였다.

콘서트 날 2시간 전에 만나 연습하고 무대에 서려고 했는데 공연 시작 30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겨우 다른 팀과 순서를 변경해서 무대에 서지만 주인공인 스미레가 알던 그 밴드가 아니었다. 빛이 나서 계약하고 열심히 노력했던 그 밴드가 아니었다. 반짝 반짝 빛이 나지 않았다. 무대는 절망이었고 맨붕상태에 빠져 무대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만들었던 한정판 시디도 제대로 팔지 못한다. 

화를 꾹 누르고 술집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보컬은 운다. 팀의 리더가 말한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이제 프로가 되고 싶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다시 말한다. "우리의 계약은 이미 끝이 났다. 계약이 끝난지 한 달이 넘었다. 좀 더 큰 제작사와 오늘 계약을 하고 왔다. 그래서 늦었다."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더구나 그 제작사는 스미레가 다녔던 제작사였다.
상실해 있는 상태에서 남자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자신도 연락이 온 걸 한 번 받지 못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반응도 없다. 문자 한 통이 왔는데 마지막 단어가 '바이바이'다. 완전하게 절망이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이다. 예약두었던 모든 스케쥴도 전부 취소한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그 곳에서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며 정신과 마음을 추스리는데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

<스마일, 스미레!>는 정확하게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주인공인 스미레가 연애를 하는 이야기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스미레가 음반 제작사로서 악전고투하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혼자서 사장이고 총무이고 사원이라 모든 것을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야 한다. 이 와중에 애인은 떠나고 새로운 가수가 찾아온다.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한 스미레가 다시 출발하는 이야기다.

나름 중간까지 읽으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밝은 이야기만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소설이 밝고 긍정적으로 흘러 당연히 그렇게 흐를 것이라 믿었는데 예상을 깨 버렸다. 특히나 초반에 지금까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밴드의 생각지도 못한 뒤통수치기는 완전히 짜증이 났다. 그런 식으로 일방적인 통고라니. 소설은 유쾌하지는 않아도 잔잔하게 소품과도 같은 미소를 머금고 만드는 형식이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스미레에 서서히 동화되어가며 응원하게 된다. 가진 것도 없고 현재의 처지도 보잘 것 없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스미레를 보며 무엇인가 풀릴 듯이 풀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노력한다. 엄청난 성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그저 할 뿐이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 빛이 문틈에서 나온다. 그 빛을 바라보고 달려간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우습지 않게도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던 책이 부담없이 읽으면서 나 자신이 현재라고 하는 금일보다는 내일이라는 명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했다. 여기서 명은 밝을 명이다. 책은 마지막에 가서 긍정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보여주는 소설도 있지만 내가 지금 택한 소설은 그러면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요구는 긍정적으로 해피엔드로 끝나야 한다. 덕분에 웃으면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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