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 - 도원편


동아시아에 태어난 사람중에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삼국지를 책으로 읽었든 읽지 않았든 상관없이 무조건 삼국지는 안다. 삼국지를 그 어떤 매체를 통해 보거나 읽거나 듣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삼국지를 모르면 동아시아에서는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나이가 아주 많아 까막눈인 어르신들도 삼국지는 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원전이 나관중의 판본으로 알고 있다.

역사속의 삼국지와는 다소 다르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 실제 삼국지의 내용이 어떤지는 모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관심도 없을 것이다. 실제 삼국지의 내용이 어떠하든 이미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고 깨닫고 싶은 것을 깨닫는다. 내용이 변한다고 해도 삼국지에 출연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딱히 변할 부분은 없다.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출발한 삼국지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늘 주목하는 작품이다. 남자치고 삼국지를 안 읽은 사람은 없다. 전권을 읽었던지 한 권짜리로 다이제스트로 읽었던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초등학생때에 삼국지 책이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나와 있어 아이들도 어지간하면 전부 다 읽었을 것이다. 삼국지는 날이 갈수록 위력이 줄기는 커녕 늘기만 한다.

한국인이 각색한 삼국지도 무척 많다. 가장 많이 팔린 이문열을 비롯해서, 황석영, 이현세, 정비석, 장정일, 개그맨 전유성까지. 이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삼국지를 편찬했다. 이미 원작가가 있음에도 이토록 많은 작가들이 다시 또 집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삼국지의 위대함을 알려준다. 그 위대함이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는 누나는 삼국지가 싫다고 했다. 매번 나와 싸우고 죽이고 싫다고. 최소한 그 누나는 삼국지 전집이 있어 읽은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 이문열의 삼국지는 읽었고 다른 사람의 삼국지는 한 번 읽어야지 생각은 했는데 아마도 삼국지를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수 많은 책들도 읽은 것이 가득한데 굳이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 할 필요성을 난 느끼지 못하겠다. 수호지도 읽었는데 확실히 삼국지가 최고이기는 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대단한 작품을 쓴 중국인데 왜 그이후에는 이와 같은 엄청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의문도 든다. 과거의 작품으로 두고두고 우려먹는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삼국지는 다시 읽을 마음이 들겠지만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굳이 삼국지를 그토록 높게 쳐주는 것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한다.
각설하고 이번에도 <삼국지>를 읽게 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삼국지는 소설도 아니고 만화다. 만화로도 꽤 많은 삼국지 내용이 있다. 일본에서 삼국지를 외우다시피 한 소년이 타임머신으로 우연히 삼국지의 시대로 가서 <용의 아이>로 설정된 만화도 있지만 그 보다는 <창천항로>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만화라는 창작의 최대치인 작품이라 기존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점도 마음에 들고 제갈공명도 변태라 할 수 있게 묘사된다.

그런 <삼국지>를 제외하고 다시 정통 <삼국지>를 읽게 되었는데 일본 작가가 쓴 작품이다. '요시카와 에이지'라고 일본에서는 유명저자로 '미야모토 무사시'로 유명하고 사후에는 '요시카와 에이지상'이 제정될 정도이다. 바로 그 작가가 쓴 <삼국지>를 읽게 되었다.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일본인이 쓴 삼국지다. 분명히 원전은 하나인데 누가 각색을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평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최근에 들어와서야 거의 새롭게 재평가되는 듯 한데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정통 삼국지에 가깝다.

다만 언제부터 삼국지는 이상하게도 10권으로 분권된다. 그 전에는 꼭 그렇지 않았고 삼국지 내용도 꼭 그럴 필요는 없을텐데 말이다. 삼국지는 그렇게 전설이 되어 버렸다. 전설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실처럼 사람들에게 읽힌다. 실제로 당시에 인물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다투고 전략과 전술로 상대방과 대립했는지 이제는 누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소설 <삼국지>라는 세계관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건들릴 수 없는.

장담하고 자신할 수 없지만 마지막 <삼국지> 읽기가 될 것이라 보는 삼국지 독서는 작년 여름에 시작하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루고 미뤄져서 거의 한 해를 넘어 새해가 시작되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1월이 넘어가기 전에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수의 우연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병사를 모으고 아무것도 없는데 뜻하지 않는 귀인을 만나 말과 식량이 조달된다. 유비는 죽을 수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황건적이 죽이지도 않고 노승이 도와주고 장비를 만난다. 모든 것이 우연의 연속이다. 현대 소설의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다고 할 정도이다. 개연성이 부족하니 말이다.

유비와 장비, 관우로 시작하지만 중간 이후부터는 내용에서 아예 빠져버린다. 신기하게도 <삼국지> 전체 관점에서 동탁과 여포는 비중이 무척이나 작은데도 불구하고 초반에 나온 이유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초반 10분 동안 화려한 볼거리를 장식하는 인물에 해당하는데 말이다. 1권만 읽는다면 조조도 원소도 그저 미미한 존재다. 유비도 별거 없는 나약한 존재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어렴풋한 느낌 이외에는 소설은 딱히 이렇다할 내용은 없게도 느껴진다. 늘 기억하는 황건적도 막상 1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황건적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렇게 보자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알려진 삼국지의 내용은 초반이다. 중반 이후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몇몇 부분만 사람들이 알고 있고 회자되고 있다. 1권만 볼때는 소설로서 그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삼국지>는 지금까지 고전으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교훈을 주고 인생의 작품이라고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다음 2권부터 찾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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