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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물리학 - 내가 찾던 물리 책

 

여러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다보니 어느 순간 부딪치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물리였다. 물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이런 표현은 다소 과할지 몰라도 현대에서 지식의 가장 끝판왕은 물리가 아닐까한다. 물리는 뜻하지 않게 철학을 대신할 정도가 되었다. 인간이 어디서 출발했는지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물리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타고 타고 또 타고 들어가다보니 그리 되었다. 물리라는 뜻이 물건의 이치라는 뜻을 갖고 있다.(아닌가?)

물건의 이치를 탐구하다보니 인류 기원까지 찾아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니 어느덧 우주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 물리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정확히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해야겠지만. 각종 SF소설은 필수고 여러 작품에서도 물리를 기초한다.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공상이랄지라도. 자연스럽게 물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보통 한 분야에 대해 배울 때 가장 좋은 것은 연대기 순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체 틀이 잡힌다.

내가 딱히 이 부분에 있어 물리분야는 각잡고 공부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몰랐다. 이런 저런 물리 책을 읽긴 했지만 대부분 물리에 대해 특정 이야기만 하거나 일상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이 주였다. 뭔가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물리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어차피 전공도 아니라 체계적으로 배울 일도 없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몰라도 지장없고 안다고 딱히 득이 될 것 없는 물리다. 내가 먹고 사는 데 있어 하등 지장도 없다.

지적 탐구라는 측면에서 물리는 뭔가 커다란 벽이라고 하면 벽이다. 이를 좀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물리가 엄청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에 화학과 물리는 초반에 반짝 흥미를 가진 후에는 포기했던 과목이다. 그걸 이제와서 이렇게 흥미를 갖고 읽으려 한다는 점도 스스로 웃긴다. 수학도 약간 그런 면이 있다. 물리가 어려운 건 아직도 풀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제 문제가 풀릴지 기약도 없다.

<다정한 물리학>도 분명히 쉬운 책이 결코 아니다. 거의 일주일을 투자해서 읽었다. 저자가 물리학자고 현재 현직에서 활발히 실험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책을 읽어보니 직접 다양한 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꽤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초반 도입부가 무척 흥미롭게 시작한다. 애플파이를 무에서 만들 수 있냐는 화두다. 맛있는 애플파이를 만들기 위한 재료도 없다. 정말로 무에서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같지만 무척 심오하다. 애플파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와 기구가 필요하다. 이런 것도 없는 상태에서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을까. 이건 근본적으로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인간이 무에서 어떻게 생겼냐는 질문과 같다. 질문은 심플하지만 풀이 과정은 길고 장황하다. 물리가 현대에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 물리에서 다루는 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무조건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을 통해 인식을 하게 된다.

감각으로 인지되지 않으면 이해되지도 않고 믿기도 힘들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자유의 여신상을 믿는다. 직접 본 사람이 증언하니 믿는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수 있으니 믿는다. 인식의 범위를 넘어버릴 때 인간은 이를 무시한다. 거짓이라 여기고 믿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데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귀신 등에 대해서도 그나마 영상 등으로 가짜지만 보여주니 믿는다. 물리에서 다루는 존재는 입자 자체도 보이질 않는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처음에 물리학자들도 이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여러 조건을 통해 존재한다는 걸 증명했다. 역시나 이마저도 본 것은 아니다. 가설을 세웠는데 가설대로 되었기에 증명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증명하며 물리가 비밀을 파악하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수소, 원자핵, 전자, 양성자 등이 나온다. 일단 이런 표현 자체가 친숙은 하지만 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집합이라는 걸 알게 된다.

빛은 파동이 아닌 작은 알갱이로 이뤄졌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빛을 파동으로 느끼는데 알고 있는 인식범위와 다르니 물리가 어려워진다. 빛을 구성하는 알갱이는 광자라 한다. 지구와 태양 등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파악이 되었다. 문제는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존재는 어떻게 생겼느냐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결국에는 우주까지 나가게 된다. 생명체는 탄소에 기초했다. 우주 자체가 빅뱅에 의해 한 순간에 창조되었다는 것이 현재 정설이다. 그 과정에서 찰나의 순간으로 현재와 같아졌다.

그 찰나가 시간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다. 1조분의 1초라는 표현까지 한다.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는다. 책은 연대기순으로 물리의 역사를 탐험한다. 그러다보니 기껏 중요하다고 알려준 내용이 다음에 다른 과학자에 의해 부정되고 폐기되기도 한다. 책의 3분의 2까지 읽었을 때 겨우 1950년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상대적으로 현대는 풀리지 않은 난제가 많아 다소 분량이 적다. 더 많은 걸 알게 되자 현대기술로 아직까지 알아낼 수 없는 한계가 부딪친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음전하를 띤 전자와 양전하를 띤 원자핵으로 이뤄어져 있으며, 원자핵은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위쿼크와 아래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모든 물질의 구성성분은 전자와 퀴쿼크, 그리고 아래쿼크라는 세 가지 입자로 귀결된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친 밑줄을 다시 읽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으며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읽었는데 이해는 과연.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었으니 내 머리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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