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 - 그림 형제


예전에 무협지가 전부였다. 중원이라 불리는 곳은 중국의 과거가 아닌 판타지의 배경이었다. 어느 날 판타지라는 장르가 들어왔다. 알음 알음 알려지던 것이 <반지의 제왕>으로 확실히 대중화되었다. 여전히 무협지는 명맥을 유지하지만 대세는 판타지다. 국내 판타지 분야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판타지는 거의 대부분 틴에이저를 대상으로 한다. 소설의 주인공들도 10대이고 주 소비층도 10대다.

문제는 없다. 재미만 있다면 주인공이 누구든 배경이 어디든 말이다. <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현대판 동화라고 해야 할까. 컨셉과 융합을 아주 잘했다.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다 포함하면서 동화까지 버무렸다. 친숙한 동화들이 아주 많다. 어릴 때 읽고 들은 동화들은 평생 간다. 잊혀지지 않고 우리 마음에 남는다. 동화를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만든 작품들도 많다. 

실제로 현대 대중 문화에 나오는 모든 요소는 이미 동화를 통해 본 모든 플룻과 전개과정을 새롭게 엮었을 뿐이다. 그만큼 동화내용처럼 전개해도 충분히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그것도 수 세대를 거쳐. 가장 유명한 그림 동화가 있다. 그림 형제가 직접 스토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묶었다고 한다. 그림 동화에 나오는 빨간 망토 이야기도 그림 동화에 나오는 내용과 다른 판본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는 그림동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림형제들의 동화 내용이 완성되지 못한채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존재들이 사는 세상이 존재한다. 이 두 세계 완충하는 중간지역이 존재하고. 이 중간 지역이 없어져야 하는데 그림 형제들이 동화로 엮어 완성해야 중간 지대가 사라진다. 인간 세상에 들어와 지켜보는 존재들도 있지만 못된 짓을 하는 존재도 있다.

엄청난 사명은 그림가문에게만 내려온다. 그리모어라는 책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동화가 만들어진다. 대대로 그림 가문에게 내려오던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그리모어에 모든 동화를 완성해야 사라진다. 문제는 인간세상에 들어와 살고 있는 존재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다. 동화가 모두 완성되면 중간지대는 사라지며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는 다 소멸되고 만다. 그러니 그리모어를 빼앗아 없애려 한다. 

미나는 그림 가문이었지만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생긴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늘 엄마는 이사를 갔다. 고등학생이 된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되어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도 않던 미나는 이 사건으로 일약 유명인이 된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명문 가문이자 부자인 브로디가를 짝사랑했는데 그가 미나에게 관심도 갖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이 사건을 통해 엄마에게 듣는다. 자신이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깨닫고 왜 아빠와 삼촌이 일찍 돌아가셨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그림가문에서 선택된 자로 자각한다. 자신이 죽으면 다음은 동생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피하지 않고 직접 맞서 싸우기로 한다. 겨우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지킬 힘은 전혀 없다. 자신을 도와주는 제라드가 나타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보조역할을 할 뿐이다. 

자신이 그리모어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림 동화와 연결되어 생긴다. 동화가 꼭 해피엔딩이 될 이유는 없다. 새드 엔딩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동화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실이 동화 내용과 연결된다. 최대한 현실에 벌어지는 사건을 동화내용과 연관시켜 새롭게 창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말이 안 좋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나는 깨닫게 된다.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동화 내용과 함께 곁들여 전개되어 재미가 있다. 고등학생이라는 성인이 볼 때 핸드캡은 존재하지만 - 다소 유치 - 그럼에도 읽기에 재미있다. 1편이라 도입부에 해당해 거대한 악의 세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림 동화를 갖고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이번 1편은 빨간 망토가 근간이 되어 늑대도 나타나고 할머니도 등장한다. 주말에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택하면 좋을 듯 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소 유치한 면이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발한 융합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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