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니더호퍼의 투기 교실

 

책을 보고 여러 번 놀랐다. 먼저 책 제목에 투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놀랐다. 어지간해서 투기라는 단어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누구도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건 투기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지 못할테다. 자신이 하는 게 투기라도 남들에게는 무조건 투자라고 우긴다. 이런 상황에서 책 제목에 투기라고 하니 놀랐다. 그것도 투기 교실이니 투기를 알려준다는 의미로 읽힐텐데 이걸 제목으로 했다. 제목이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교실>이니 당당히 투기라고 밝히고 있다.

영어 제목도 'The Education of a Speculator'다 스스로 투기꾼이라고 말한다. 또 한 번 놀란 건 책 두께였다. 투기에 대해 말하는 책인데 이렇게 두껍다니 대단했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어지간해서 이렇게 두께가 긴 책은 솔직히 손이 잘 안가긴 한다. 엄청나게 오래 걸려 읽어야 한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여기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놀랐다. 이렇게 두꺼운 책인데 글자도 작았다. 보통 책보다 글자가 더 작았다. 오래도록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또 놀랐다. 이 책은 계속 날 놀라게 한다. 책이 나온 건 1997년이지만 지금 표현으로 하자면 TMI다. too much talker다. 얼마나 말이 많은지 청산유수다. 그냥 톡 건드리면 쉬지 않고 계속 이야기한다. 솔직히 읽을 때 이게 무슨 투자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주알 고주알 연신 떠든다.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작은 것이라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투자 책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의별 이야기가 다 들어갔다.

근데 또 흥미로운 건 그 일상에서 벌어진 일로 투자와 연결시킨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두들겨야 하는 걸로 보인다는 표현이 있다. 그처럼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생겨도 이를 투자로 연결시킨다. 아니다. 저자가 한 표현대로 하자면 투기와 연결시킨다. 솔직히 투자와 투기에 대한 구분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은 든다. 결국엔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은 하면 투기가 아니던가. 그러니 차라리 이 책 저자처럼 투기라고 당당하게 외치면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엄청나게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다. 북미 스쿼시 챔피언에도 오른다. 음악 등에도 조예가 깊다. 투자 잘하는 사람 중에는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많다. 투자만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멘탈이 흔들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가지며 투자에 몰입되는 걸 방지하는 듯하다. 투자에 몰입해야 할 듯하지만 투자고수는 오히려 그걸 방지하려 노력한다. 함몰하면 스스로 냉정하지 못하고 잘폿된 판단을 내리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여러 명이 중요하게 나온다. 가족으로 저자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고, 또 한 명은 조지 소르소다. 할아버지는 유명하지도 않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딱히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긴 힘든 평범한 사람에 속한다. 할아버지가 나이가 많아 경험을 통한 여러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에서 저자가 그걸 또 투자와 연결해서 깨달음을 준다. 조지 소르소는 대략 10년 정도 함께 일한 듯한데 그동안 겪은 여러 일을 틈틈히 알려준다. 워낙 투자 귀재니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초반에 전해준다. 겨우 책 한 권 팔려고 자신이 갖고 있는 비밀을 알려줄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진짜 사실이다. 자신이 투자 비밀을 알고 있다면 혼자 간직하고 계속 써먹야한다. 이걸 알려주겠다면 그건 너무 이상하다. 시중에 그런 책과 강사가 너무 많다. 본인 스스로 투기라고 생각한다면 중요한 건 아마도 냉정한 매수와 매도가 아닐까한다. 투기라는 게 무조건 오를 거 같다고 매수하진 않는다. 더구나 하락할 때 딱 손절을 정하고 깔끔하게 도망나온다.

환율에도 자주 투자한다. 환율을 사고 파는 걸 투자라고 하기에는 좀 그럴 수 있다. 이걸 가치가 있다고 보고 산다고 하긴 애매하다. 상승할 듯하니 매수하고 수익을 냈으니 매도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다 한다고 할까. 그게 어떻게 보면 투기하는 사람에게는 정석이 아닐까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감을 투자하는 건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데이터 등을 검토한 후 결정한다. 이 정도 노력으로 투기한다면 꼭 투기라고 하기도 뭐하다. 두께에 좀 망설여지긴 해도 투기를 배우고자 한다면 읽을만 하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주알 고주알이 장난 아님.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투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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