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로 미국을 배우다

 

미국은 여러 인종이 다함께 살아가는 국가다. 지금은 많은 국가가 그러하지만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문화가 한국에 다른 국가보다 알려져 있기 때문에 좀 더 친숙하다. 지금도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문제가 뉴스에 나온다. 아마도 개인으로 만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흑인과 백인이라는 집단으로 만날 때 문제가 터지는 듯하다. 서로가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이 있다. 그걸 건드릴 때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미국 전체적으로 들고 일어서면 난리가 난다.



<앵무새 죽이기>는 배경이 아마도 1940~50년대가 아닐까한다. 흑인과 백인은 서로 명확하게 거주공간과 업무가 구분되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으르릉 거리며 못잡아 먹어 난리는 아니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흑인과 백인이라고 딱히 구분하지 않고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사건에 대해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건 자체가 소설의 핵심은 아니라는 점이 또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한다.



책의 주인공은 스카웃으로 변호사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와 젬 오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칼퍼니아는 흑인이다. 스카웃은 늘 오빠와 함께 학교를 가고 오며 논다. 집에서도 늘 오빠와 함께 놀거리를 찾아 다니며 주변 인물에게도 흥미를 갖고 관찰한다. 스카욱은 아이다우면서도 아이답지 않게 당차고 똑똑하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균형잡혔다. 아직까지 누구의 이념에도 젖어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이 책의 주요 핵심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 이미 글자를 보고 말할 줄 아는데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에게 혼난다. 집에 가서 아빠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당한다. 글자는 학교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는 선행학습으로 미리 다 배우고 학교에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시대가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스카웃이 억울한 건 아빠에게 글자를 배우지 않았다.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것이니 말이다. 스카웃의 불만과 달리 선생님에게 혼나기 싫어 침묵해 버린다.



스카웃 주변 사람들은 여자답지 못하다며 못마땅해 한다. 아빠만이 스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아직은 어린 아이라서 걱정을 하지만 스카웃이 하는 것과 관련해서 호불호없이 받아들인다. 책에서 스카웃이 올바르게 자라며 사고를 갖게 된 건 아빠 덕분이 아닐까했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어른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스카웃 주변에 있는 어른들은 자신 입장에서는 이상하다. 늘 뛰어다니고 여러 친구와 만나 노는데 진심인 스카웃과 달리 늘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렇다.

책의 중반까지 스카웃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을 소개한다. 스카웃이 살고 있는 동네 인물을 비롯해서 어떤 성향이고 가족 상황인지 알려준다. 그 후에 문제가 터진다. 흑인인 톰에게 문제가 터진다. 그가 저지른 사건이 예삿 일이 아니다. 그는 흑인인 상황인데 백인에게 위해를 가했다. 흑인이 흑인에게 위해를 가해도 문제인데 백인에게 한 행동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런 식으로 사건을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흑인이라 국선 변호사가 해야 하지만 판사가 핀치에게 사건을 맡긴다. 비록 백인이지만 피해자 가족이 밥 이웰이기 때문이다. 밥 이웰은 동네에서도 평판이 안 좋고 바닥까지 떨어진 인간이라서다. 밥은 일 자리도 불성실해서 금방 짤리고 동네에서도 기피대상이다. 그 집 아이들도 학교를 학기 첫 날에만 다니고 더이상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톰이 했다는 사건이 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좀 더 공평하고 확실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핀치에게 맡긴걸로 보인다.



누구나 법을 잘 모르니 대신해서 변론받을 권리가 있다. 동네에서는 누구도 톰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핀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맡았지만 될 수 있는 한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법정 내용은 흥미진지하다. 철저하게 법정에서만 톰과 관련된 내용이 전개된다. 그 전까지는 어떤 일이 생겼는지 힌트도 주지 않는다. 짧다면 짧은 시간 내에 톰의 상황에 대해 핀치가 알려주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만든다.



법정에 있는 사람이 침을 꼴깍 넘기고 숨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손을 놓지 못하고 읽었지만 이런 과정 자체를 스카웃의 눈과 귀와 생각으로 보여준다. 어린 아이인 스카웃이 볼 때 무엇이 정답인지 유추하게 만든다. 특히나 오빠와 함께 티격태격 할 때도 좀 더 공정하게 본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이럴 때 소설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되어 분개하는 사람 위주로 묘사한다. 인간을 탈을 쓰고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점이 다소 위선적이라는 느낌도 들게 만든다.



제목인 앵무새는 원제로 볼 때 앵무새는 아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흉내지빠귀과인 새로 노래만 불러준다. 한국에서 처음 번역할 때 앵무새가 되면서 그냥 굳어지고 말았다.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카웃 입장에서 모든 걸 보여줄 뿐이지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스카웃이 어린 아이라 그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확실히 어른과 다르다. 그런 점이 책을 읽을 때 조금은 균형있게 벌어지는 상황을 보게 만들어준다.



얼마든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몰 수도 있는 사건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건의 전후를 모르는 스카웃 입장에서 묘사된다. 거기서 한 발만 더 들어가면 누군가를 나쁜 놈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소설에서 나쁜 놈이 나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담담하다. 치를 떨며 나쁜 놈이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인 사랑하는 소설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하는 건 역시나 균형있게 흑인과 백인의 관계에 대한 설명 덕분이 아닐까한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 한 번 읽는다면 푹 빠져 읽지 않을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뭔가 뚝 끊어지며 끝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국의 과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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