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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 오지 않았으면

 

미래에 대한 내용은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가 많다. 뭔가 공포스럽고 부정적인 내용에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미래로 투영해서 할 수 도 있다. 특히나 통제된 사회가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같다. 많은 소설 등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자유보다는 통제가 미래를 대표한다. 끔찍한 미래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자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작가의 마음일텐다. 자유를 맛 본 사람이 포기는 힘들다. 미래를 그리는 소설처럼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시녀 이야기>를 읽던 초반에는 막연히 미래라는 생각만 했었다. 어떤 배경도 설명하지 않고 곧장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통제된 사회다. 통제가 오래 된 건 아니고 막 이뤄진 때이다. 주인공인 오브프레드(는 진짜 이름은 아니다)가 자신의 상황과 겪은 일에 대해 쓴 내용이다. 오브프레드는 1명이 아닌 시녀 모두를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갑자기 발생한 건지 모르지만 길리아드 국가가 탄생한다. 전쟁과 환경오염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나온다.

길리아드는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사회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건 힘들다. 특히나 여성들에게는 신분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책의 제목인 시녀는 흔히 떠올리는 가정부가 아니다. 철저하게 임신을 하기 위한 용도의 시녀다. 아이가 드문 사회라 아이만 낳을 수 있는 여자를 뽑는다. 아이가 없는 여자만 따로 선별해서 가둔다. 따로 관리를 하는데 오로지 아이를 낳기 위한 용도(?)라서 집 안 일 같은 건 안한다. 대신에 정신교육도 받고 육체 훈련도 하면서 튼튼한 몸을 만든다.

시녀는 아무 남자가 아닌 철저하게 사령관의 아이만 낳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철저하게 감정배제한 상태에서 만난다. 사령관을 시녀가 따로 만날 일은 전혀 없다. 아이를 낳기 위한 날이 있는데 이 날에도 대리모 성격이다. 사령관의 부인과 함께 하는 자리다. 사령관의 부인은 모든 걸 지켜본다. 지켜볼 뿐만 아니라 시녀의 신체가 부인에게 밀착한 후 그 손을 잡는다. 사령관도 아무 감정없이 배출할 뿐이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감정배제한 후 다시 시녀로 돌아갈 뿐이다.

주인공은 원래 아이도 있었고 남편도 있었다. 소설은 현재를 기준으로 주인공의 과거를 다시 기억해내는 구조다. 아이가 죽은 후 다니던 직장은 길라아드가 들어 선 후 여성은 전부 해고되면서 짤렸다. 그곳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실패한 후 시녀가 되었다. 소설의 장소는 미국이고 아마도 디트로이트가 아닐까한다. 딱히 시대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차도 나오고 TV도 있다. 소설이 나온 해가 98년이라 지금과 같이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 대해 나오진 않는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시대인데 당시만 해도 이런 일을 몰랐다. 아마도 작가가 지금 쓴다면 많은 부분에서 새롭게 쓰지 않았을까한다. 핸드폰만 있어도 지금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 된다. 시녀를 통제하는 아주머니 계급도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된 사람들인데 그런 식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인 걸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거의 대부분 성경에 근거한다. 성경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해석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성경 내용이나 문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러 부분은 지금이라고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지금 기독교가 예전과 달리 영향력이 사라지고 힘이 약해진 이유라고 생각된다. 시대가 달라져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종교였다. 미래에도 그 점은 달라지지 않을 듯한데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녀 중에는 탈출을 도모하는 자도 있다. 폐쇄된 도시지만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었던 길리아드 내에서만 생기고 있나보다. 캐나다 등으로 탈출하면 해방되는 듯하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점조직처럼 연결되어 누구도 탈출을 성공한 사람이 없는 듯 보였다. 더구나 여자인 경우에 도시마다 사령관이 있다. 그곳에서 여성의 용도가 동일하기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한다. 여성이 혼자 다니는 것은 무리다. 정확히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이다. 아이를 이미 낳은 여성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나름 자유를 누리며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사령관은 남자다. 남자가 갖고 있는 본능이 있다. 수많은 여성이 있는 곳에서 단순히 아이를 많이 생기게 하는 역할만 하지 않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대접을 해준다. 사령관은 그런 입장이겠지만 여성 입장은 다르다. 그저 노리개 감일 수 있는데 대부분 사령관은 노련하다. 서서히 조금씩 마음을 풀게 만든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지만 어느덧 사령관에게 가는 것에 대해 조금은 안도를 한다. 들킬까봐 두려워도 하지만 다른 존재가 되어 얻게되는 권력도 생긴다.

주인공은 체재에 순응하는 듯도 하고, 탈출하고 싶어하는 듯도 하고, 이렇다할 정확한 포지션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한다. 가슴 속에 뭔가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만 이를 타개할 용기는 부족한 상태다. 소설에서도 통제된 사회를 이겨내려할 때 군인에 짓밟힌 후 저항조직은 대부분 수면 밑으로 숨어 점조직처럼 활동한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암울하다. 이런 사회가 온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런 사회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미 자유를 만끽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회가 온다면 가만히 있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맛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자유를 몰랐던 사람이면 모를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저할 것이라 본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모든 정보와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시대에는 일시적일 수 있어도 결국에는 자유를 되찾을 것이라 본다. <시녀 이야기>는 단순히 자유만이 아닌 여성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다. 읽는 내내 끔찍한 사회가 그려지며 힘겹게 읽었다. 꼭 마지막 역사적 주해까지 읽어야 소설 전체를 이해하게 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는게 힘겹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오지 말았으면 하는 사회에 대한 사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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