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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 소설 아닌 듯

 전적으로 하루키가 만들어 낸 세계에 내가 빠졌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진짜로 하루키가 경험한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원숭이는 말도 할 줄 알고 시중도 든다. 안타깝게도 사랑을 하고 싶지만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 길러지고 말까지 할 줄 알게 되어 원숭이를 사귈 수 없게 된다. 원숭이들에게도 배타적으로 암컷 원숭이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여자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지만 그들은 원숭이를 또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큰 문제다.

대신에 원숭이는 방법을 찾았다. 여기서 뜬금없이 염력이 나오는데 이 정도면 거짓이고 믿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순간까지 왔는데도 그럼직하다. 한 마디로 하루키가 이 정도면 거짓이야..이건. 이렇게 말했는데도 원숭이가 여성의 감정을 얻을 수 없으니 했던 방법때문에 해당 여성에게 일어난 일이 있다. 우연히 그런 여인을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로 마지막을 끝낸다. 이러다보니 음~~ 하면서 소설 내용을 읽게 된다. 그 보다는 첫번째 파트가 더 인상적이긴 했다.

내용보다는 여자가 말한 첫번째 대화였다. "있지, 절정일 때 어쩌면 다른 남자 이름을 부를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어?" 너무 도발적이고 생각한 적도 없는 질문이라 무척이나 강렬했다. 자고로 소설가라면 이런 이야기를 펼쳐야 독자가 흥미를 갖고 내용에 빠져들테다. 하루키는 그런 걸 기가막히게 잘 파악하고 알아내는 게 아닐까한다. 하루키가 쓴 소설에는 이런 식의 대화나 묘사가 상당히 많다. 그로 인해 괜히 궁금하게 만들고 '잉?'하면서 더 읽게 만드는 효과를 낼 때가 많다.

총 8개의 단편소설이 나오는데 전부 아무런 연관성은 없다. 굳이 있다면 일인칭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목차 중에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일인칭단수이기도 하다. 그 외에 나만 느꼈던 공통점이 있다. 에피소드 중에 못생긴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대 놓고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신에 굳이 말하면 지적인 충족을 주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내용이다. 그걸 읽은 후에 다른 에피소드도 다 읽은 후에 순간 느꼈다. 이 소설에 나온 모든 여자 주인공의 특징이었다.

단 한 명도 예쁜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 대놓고 못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그럭저럭 생겼다는 말도 한다. 예쁘지는 않고 다소 괜찮다는 말도 한다.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예쁘다는 표현을 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해보면 하루키 소설에서 그런 표현을 들은 여성은 없었던 듯하다. 남자도 그런 것도 같지만. 단편소설이라 매번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긴 했지만 - 새로운 내용이라 -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찰리파커 이야기도 그렇고 말이다. 역시 하루키는 이야기꾼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뭥밍하는 내용도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확장했으면 하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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