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 저는 좋아요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 이외 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서울 이외에 곳에서 잠을 잔 것도 극히 희박하다. 날짜로 따져도 2달이 넘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서울은 나에게 특별하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든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오래도록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혹시나 그 곳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서울일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고향을 떠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지금의 서울은 메트로폴리스라고 하여 거대도시가 되었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서울은 시골과 그다지 큰차이가 있던 것은 아니다. 꽤 큰 건물도 있었지만 그건 서울 중심인 종로 쪽을 가야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여전히 밭이 있었다. 내천도 있었다. 그곳에는 거머리도 있었으니 지금의 시골라이프와 다를 것은 없었다. 연탄으로 살았고 방바닥이 뜨거워지면 시꺼멓게 변하기도 했다. 전철은 타 본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버스도 놀라운 일이었다. 비행기를 탄다고 하면 온 가족이 전부 마중을 나갈 시기였다.
그런 서울에 살았을 뿐인데 도시는 점차적으로 나처럼 성장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큰 빌딩이 생겼다. 내가 살아가는 곳도 점점 좋아지면서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변모했다. 이제 과거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지금의 시골 집이 내가 어릴 때 살던 집보다 훨씬 더 좋다. 서울은 과거에는 한국의 수도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할 정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거주하려던 사람들도 아주 많이 곳곳에 있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은 오고 싶어하는 장소가 되었다. 다양한 목적으로 서울을 입성하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금전적인 목적이 가장 크지 않을까한다. 그와 함께 메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서울은 로맨스의 도시가 되었다. 청춘일수록 서울이라는 곳에서 무엇인가 하고 싶어한다. 이게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로 인해 지방 도시들이 점차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은 현재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혹처럼 되었으니 말이다.
넋두리 비슷하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는 서울에 입성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들이 힘들게 서울에서 거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소 낭만적으로 그릴 것이라 봤다. 제목처럼 서울 생활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서울에서 살아가는 것이 참 좋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 봤다. 나는 태생이 서울이라 서울에 대한 로망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10대까지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다 성인이 되어 서울에 거주하게 된 사람들의 느낌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내용은 정작 그렇지는 않았다. 분명히 서울에 거주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맞다. 그 부분에 있어 꼭 반드시 서울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기는 힘들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법한 내용으로 난 읽혔다. 그 부분에 있어 늘 대도시만 살아간 내게는 부족한 정서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은 나에게 고향이고 나고 자란 곳이니 외지인으로 합류한 사람의 정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이 생각과 다르다고 판단은 들었다.
한 명이 서울에 살며 느낌 감정 등을 서술하는 에세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단편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있었다. 그들이 서울에서 살아가며 생기는 여러 일을 다정다감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한 남자가 서울에 와서 취직을 했다.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서울에서 그는 정을 붙이지 못했지만 한 여자를 우연히 짝사랑한다. 같은 회사 직원인데 아무도 모르게 자신 혼자만 짝사랑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어느 날 우유를 준다. 그걸로 자신을 인지한다는 걸 깨달으며 서울 생활이 달라진다.
서울에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학을 입학했다. 떠난다는 서글픔보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취직까지 하게 되었다. 서울은 여전히 낯설다. 이곳에서 난 혼자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해 그런 것일까. 아직까지 친구를 사귀지 못해 그런 것일까.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없는 정서다. 회사를 때려쳤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직은 살만하다. 평일 낮의 기분이 어떻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서울의 평일은 사실 한가하진 않다. 책은 그렇게 그려지지만.
취직을 하고 아빠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않으신다. 택시기사인 아빠는 오히려 그 후에 또래가 택시를 탈 때 취업생이면 딸을 떠오린다고 말한다. 어느 날 아빠는 딸에게 드라이브를 제안한다. 딸은 시큰둥하지만 함께 다닌다. 지금까지 몰랐던 아빠의 추억과 내 추억의 차이를 깨닫는다. 나에게 언제든지 회사를 때려치라고 하지만 정작 아빠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은 책임 질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이 책에는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서울에 살 집을 찾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면 보유 현금이 너무 적다. 겨우 맞는 걸 가보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앉아있는 그 곳에 더 집처럼 편안하고 좋다. 서울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온갖 추억이 맴돌고 있다. 욕망과 물욕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에게도 그렇다. 서울 곳곳이 나에게는 수많은 추억으로 간직되어있다. 나는 아직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서울이 좋다. 떠날 생각이 없다. 내 고향이니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생각과 좀 다른 내용과 구성.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소 지으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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