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생활인


검사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고 빈 틈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대중 미디어를 통해 갖게 된 이미지도 자기 시간은 하나도 없고 하루 종일 밤낮없이 일 하는 이미지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검사를 만날 일도 거의 없다. 난 만난 적은 있다. 그다지 좋지 못한 일로 만났는데 아주 짧은 시간동안 만났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에게 검사는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직군이 아닐까한다. 절대로 말이다.

무엇보다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베일에 쌓여 있다. 변호사는 워낙 친숙하고 판사도 어느 정도 알려졌는데 검사가 가장 덜 알려진 느낌이다. 워낙 민감한 분야를 다루고 항상 범죄와 연결되어 있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이런 검사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생활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바로 <검사내전>을 읽으면 이들도 그저 나랑 똑같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책 내용에 주말에 집에서 쉬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게 무척 어색하고 읽혔자. 그들은 자기 시간이 없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집에서 쉬는 모습이 나오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검사도 그저 하나의 직업일 뿐이고 사람마다 다양하다는 걸 알게된다. 무엇보다 이 책 저자는 무척이나 위트가 넘친다. 조직 내에서 똘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럴 듯도 하다.

상명하복이 강한 조직인데도 거의 막가파식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상사가 술 자리에 오라는 내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를 전달하기만 하고 자신은 갈 생각도 못했다. 아주 엄숙한 자리에서 이런 걸 뭐하러 하냐고 감히 말단이 이야기를 한다. 야유회를 가서도 왜 이런 곳에서 하냐고 눈치 없이 말한다. 좋게 표현하면 자신의 확고한 줏대가 있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눈치 없는거다. 보통 이런 사람을 군대에서 고문관이라고 표현도 한다.

허나 재미있게도 끝까지 버티고 버티면 된다. 저자도 버티고 버텨 지금은 상당히 유능한 검사가 된 듯하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10년이 넘게 검사생활을 했으면 유능한 거 아니겠는가. 실제로 피의자들과 만나 사건을 풀어내는 걸 보면 나름 집요하게 파고 들어 해결하는 이야기가 있다. 별 거 아닌 작은 힌트를 근거로 상대방을 옭아메어 해결하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역시나 무엇이든지 오래 하면 나름 전문가가 되는 건가 보다. 라고 쓰면 저자에게 실례이려나.
검사가 자신의 검사생활을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무척 딱딱하고 근엄한 책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아니다. 금방 낄낄거리며 읽게 된다. 알기로는 원래 법조계는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우리 생각과 달리 늘 글을 쓰는 직업이다. 글 형식과 내용이 일반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을뿐이다. 거기에 온갖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잡학다식하게 많은 걸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러니 아는 것이 많아야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지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내용의 사건만 맡는다면 확장하기는 힘들겠지만 저자는 워낙 여기 저기 많이 다닌 듯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야기하길 마이너라서 검사세계에서 주요한 자리나 보직은 맡기가 힘들었다. 잡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덕분에 온갖 경험을 한다. 이로 인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넓어진다. 이런 검사가 훨씬 많은데 그건 좀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억울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서두는 사기로 시작한다. 무엇때문에 사기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면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온갖 신기한 사건이 정말로 벌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결코 픽션이 아니었다.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난 워낙 검사를 만날 일이 없고 약간 공포심도 갖고 있어 그런지 몰라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검사를 우습게 아는 사람도 많은 걸 읽으면 알게 된다. 그런 것은 괜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같은 사람이고 무죄추정이라는 걸 볼 때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더구나, 저자는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근조근 이야기한다고 한다. 오히려 구걸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차분하게 소리 높히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구속이 확실한 사람은 의도치 않게 커피를 타 준단다. 본인이 다 끝나 마시던 커피를 혼자 마시기 뭐해서 주던 습관이 이제는 공포의 커피 주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제목을 보고 좀 편견도 가졌다. 변호사들은 워낙 많은 책을 냈고 이제는 판사들도 책을 냈다. 이제는 검사도 내는구나하면서 말이다.

제목도 내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안 좋은 선입견을 가졌는데 책이 참 재미있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있었다. 더구나 저자 자신이 무게 잡지 않고 편안하게 보인을 내려놓고 썼다. 더구나 스스로 찌질하다는 컨셉으로 글을 쓰다보니 더 재미있다. 나보다 대단하다는 사람이 나처럼 평범할뿐만 아니라 똑같다는 걸 알게 되는 책이다. 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 친근하게 나랑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이다. 그것도 책을 읽으면 웃으면서 보게 되니 더더욱. 검사도 나랑 같은 사람이었구나.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책 부피는 좀 길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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