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영감의 도구 - 사진


언제나 인터뷰로 구성된 글은 참 좋다. 최근에는 잡지를 거의 읽지 않고 있지만 내가 잡지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터뷰였다. 유명인은 아마도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를 당하기에 어느 정도 뻔한 대답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떤 질문을 던졌느냐와 어떤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했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인터뷰는 인터뷰이가 중요하다. 인터뷰는 언제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날 것이 나올 때가 있어 좋다.

거기에 직접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착각에 더욱 인터뷰가 좋은 듯 하다. 가끔 인터뷰로 구성된 책을 읽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나쁜 적은 없었다. 한 사람과 많은 이야기보다는 짤막하게 해서 그 부분이 좀 아쉽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이 책은 제목이 무엇인가 했다. <라이카, 영감의 도구>다. 처음에는 라이카가 아닌 리어카로 봤다. 내가 떠 올린 그 리어카를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이 찍는 구성으로 알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내 착각을 깨달았다. 라이카는 사진기 브랜드였다. 알지 못하니 이런 어쩌구니 없는 착각을 하게 된다. 사진기는 사실 나에겐 사치다. 나름 블로그를 하며 사진을 찍다보니 더 좋은 사진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었다. 있었다..라는 표현이지만 지금도 있다. 내가 그만큼 사진에 정성을 쏟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캐논 D-100을 사긴 했는데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우선 갖고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아서 모든 걸 스마트폰을 찍는다.

전문가가 아닌 자기 위안으로 사진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위로한다. 사진이란 현실이 아니고 모든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장면과 장소 중에 내가 원하는 부분을 찍을 뿐이다. 작품이란 그걸 창작한 사람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뿐이다. 또는 자기가 보고 싶은 면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구도와 어떤 걸 보여줄 것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기는 무척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하다.

이런 어줍잖은 개똥철학을 논한다. 이렇게 썼지만 실제로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딱 보고 막 찍는다. 찍기 전에 이 부분에 찍는 것이 좋겠다는 어림짐작은 하고 찍기는 한다. 그게 꼭 좋은 포인트였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냥 무턱대고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보고 싶은 걸 찍는다. 일부러 난 줌도 하지 않는다. 줌을 하기 보다는 내가 차라리 가까이 다가가는 걸 선호한다. 거기에 세로도 찍지 않고 가로로만 찍는 편이다.
이건 편집증은 아니고 찍어보니 확실히 가로가 더 좋았다. 블로그라는 매체 특성상 세로보다 가로로 찍었을 때 훨씬 더 보기 좋았다는 측면도 한 몫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찍으려는 사물이나 사람에 따라 세로도 좀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난 가로가 좋기는 하다. 글을 쓰다보니 아예 편집증처럼 절대로 세로는 찍지 않고 가로만 찍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도 세로는 안 찍었으니 자연스럽게 편집증으로도 갈 수 있을 듯하고 나만의 작품 세계라고 우길 수도 있고.

책은 총 7명의 라이카 사진기와 찍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다. 몰랐는데 라이카라는 사진기가 엄청나게 비싼가 보다. 캐논도 잘 활용하고 있지 않은 나에게 라이카라는 사진기가 있다는 정도만 알면 될 듯하다. 그들이 어떻게 라이카를 만나게 되었고, 라이카로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생각과 관점인지 등을 설명한다. 자신의 작품 세계는 물론이고 각자 직업인으로 활동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함께 설명하는데 길지 않고 짧아 읽기 편하다.

덕분에 사진이란 것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되었다. 그림은 사진으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변했다. 덕분에 현대인에게 그림은 오히려 어려운 영역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사진도 점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소 방향이 점점 변하는 듯하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사진 전문가도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그보다는 이들이 사진을 찍는 데 있어 철학을 배우는 것이 도움된다. 사진이 어떤 의미인지도 그렇고 그들이 그 이야기를 한 후에 보여주는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그냥 사진만 보는 것과 달리 이들이 한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니 어떤 의도였으며 주로 어떤 방식으로 찍는지 알게되니 좀 더 흥미롭게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의외로 더 콰이엇의 사진이 나랑 잘 맞았다. 가장 나와 느낌이 맞는 사진이 참 많았다.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도 생각했다.

그 외에도 하시시박의 이중 노출을 통한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책읽는 여성 사진이 그렇다. 늘 겨울과 눈을 찍는다는 백영옥은 사진보다는 그가 한 인터뷰가 더 마음에 들어왔다. 여하튼 이 책은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사진은 누가뭐래도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 거다.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 무엇을 보여주느냐 등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사진찍을 때 좀 더 생각하며 찍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떤 걸 어떤 관점에서 무엇을 보여줄 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찍자.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진이 더 많았으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터뷰와 사진의 콜라보.

함께 읽을 책
https://blog.naver.com/ljb1202/22113726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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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ljb1202/22007940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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