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 맥락


오래전부터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 이번에 드디어 읽게 된 책이다. 수 많은 유명인사의 추천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스티븐 핑거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극아무도한 분량과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기죽이는 바로 그 스티븐 핑거가 추천사를 썼고 저자인 개리 마커스는 그 제자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관심이 간다. 출판 당시에 읽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거의 10년이 되다보니 내용이 어느 정도 익숙했다.

클루지는 우리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야기한다. 어떤 생각이나 일처리에 있어 고등동물인 인간이 생각보다 멍청하게 깔끔하지 못하다. 좀 우당탕탕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클루지라고 한다. 그 와중에 뜻하지 않은 다양한 생각이 인간을 더 발전시킨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언제나 이성과 감정의 극단을 달리기도 하며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역으로 볼 때 그 덕분에 인간이 더 발전한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책 처음에 나오는 것이 기억에 관한거다. 인간은 생각보다 많이 멍청하고 기억상실자다. 단순한 예로 당장 1년 전에 있었던 것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본인이 경험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마저도 혼동한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다른 대답마저 한다. 얼마든지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이유다. 인간이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또한 인간이기에 그렇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인간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단내리기 어려워한다.

이와 관련되어 최근에는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자기계발 서적마저도 많이 나온다. 어떻게 해야 기억을 잘 하고 이를 응용해서 남들보다 앞 설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 말이다. 인지과학등의 발달로 과학적으로 접근한 내용이다. 갈수록 인간에 대한 탐구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더욱 믿을 수 있게 만든다. 한 편으로는 이게 미신과 무엇이 다른가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과학적으로 그렇다고 하니 믿는 거 아닌가. 본인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연구와 조사를 한 것도 아니니.

기억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맥락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이상하게 특정 기억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인데도 가물가물하다. 이런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바로 맥락에 따라 뇌는 기억을 한다. 특정 기억이 오래도록 기억에 지워지지 않고 즉시 나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 특이하거나 인상적이라 그렇다. 일상 생활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평범하고 익숙하기에 인상적이지 않다. 인간은 맥락을 통해 기억하고 인지한다.
이런 맥락은 우선순위에 따라 기억을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더욱 앞 순위에 선다. 컴퓨터라면 무작위로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잊었다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어떤 배우나 가수를 떠올릴 때 무작정 이야기하자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가 출연한 영화나 가요를 떠올리면 이름이 생각난다. 특정 장소에 누군가 있을 때 들은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맥락상 쉽게 기억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인간이 이렇게 된 것은 이전의 단계를 없애지 못하는 한계때문이다. 만약 프로그래밍이라면 하던 걸 전부 초기화 한 후에 다시 만들면 된다. 새롭게 셋팅하고 다시 입력하면 완전히 새것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 인간은 그럴 수 없다. 기존에 있던 것 위에 계속 덧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전 것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그 토대위에 새로운 것을 발전시켜야만 한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미 그 안에 불완전이 잠재되어 있으니 노력해도 그걸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다. 언어는 인간이 지금까지 발전한 가장 큰 이유다. 사회적 동물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지만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서 말에서 글로 넘어가며 더욱 큰 발전을 이룩했다. 과거에 구전으로 전달될 때는 그 한계가 있었고 지식의 전파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며 큰 발전을 이룩했다.

지금과 같은 발전은 인간이 언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이를 서로 맥락으로 받아들이고 인지하며 사회 전체 구성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말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넓고 멀리 퍼지기 힘들고 지속성이 부족하다. 말이 글이 되며 좀 더 널리 넓게 퍼지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지식이 되며 사람들은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현대에 와서 이런 문자는 인터넷을 만나 더욱 빠른 속도로 퍼지며 기술 등의 발달이 더욱 급격해졌다.

인간은 여전히 인간에 대해 잘 모른다. 이제 막 첫발을 디뎠다고 봐도 좋다. 무엇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행동하는지 아직도 원인규명이 되지 않았다. 인지과학과 뇌과학이 발달하며 조금씩 그 비밀을 풀고 있다. 혹신 완전하게 풀게될까. 아마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고 인간이 인간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이 누군인지 나도 모른다. 늘 불완전하고 자신도 스스로 종잡을 수 없으니 삶은 힘들다. 이걸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클루지한 것인지도 모른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일찍 읽었어야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책은 그래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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