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스파이


어떤 곳에서 문학상을 받았다는 의미는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에게서 작품성을 인정받아도 대중들은 철저히 외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문학상을 받은 책은 솔직히 따분하다는 인상이 있다. 사실 노벨 문학상이 딱 볼 때 재미있어 보이진 않는다. 읽으면 술술 읽히지도 않고 버거울 때도 있다. 그렇다해도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은 저절로 눈이 가고 끌린다. 꼭 읽지 않아도 말이다. 동인문학상 같은 경우 매년 단편을 모아 책으로 나올 때 과거에는 꽤 읽었다.

지금은 예전만큼 눈이 가지 않고 잡히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진 것일까. 내가 달라진 것일까. 시대도 달라지고 나도 달라졌다. 과거만큼 판매부수가 되지 않으니 시대가 달라진 것이고, 과거에 비해 이런 종류 책을 거의 읽지 않으니 나도 달라졌다. 간만에 문학상 받은 책을 읽었다. 대중 소설은 흡인력과 재미가 있다. 문학상을 받은 작품 소설(?)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알기로는 문학상을 받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작품성에 선택받고 인정받은 결과지만 그걸로 먹고 살긴 힘들고 타이틀을 갖고 교수나 선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할까. 그 외는 오히려 먹고 사는 일상인으로 볼 때 차라리 대중소설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이런 딜레마를 아마도 거의 대부분 소설가는 갖고 있을 듯하다. 이번에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읽었다.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읽기 전 주저하게 만든 것도 있고 좀 딱딱하고 지루하면 어떻게하나라는 고민도 있었다.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대중 소설만큼 재미가 크지 않았지만 내용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고 흘러가고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알려준다. 이제는 '매트릭스'라고 표현하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다. <고요한 밤의 눈>은 그런 이야기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가 있고 사회를 운용하는 자들이 있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은밀하게 조정하는 기관이 있다.

소설은 초반에 다소 쫓아가기 힘들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인물 X가 있다. 오랫동안 뇌사 비슷한 상태에서 있다 15년 만에 의식이 깨어났다. 라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몇 달 만에 깨어났다고 한다. 그를 주시하는 인물 Y가 있다. 그녀는 대학 동창이다. 문제는 과거에 대해 모든 기억이 전부 사라졌다. 대학 동창이라는 것고 어디까지나 그렇다고 하니 믿을 뿐이다. 그 외에 모든 것이 낯설다. 기억이 전혀 없다.
집도 있고 회사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기억에 전혀 없다. 책이 집에 있는데 읽었다는 기억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 또는 속아주고 있다. 또는 속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로 진실되게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이들은 스파이다. 무엇을 서로 알아내기 위한 스파이일까.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스파이다. 여기서 스파이들은 결코 적이 존재하긴 애매하다.

세상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돌아가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며 일반인들을 조정하기도 하고 중요인물을 감시도 하고 조정도 한다. 아주 중요인물일 때는 아예 그를 붙잡기 위해 결혼까지도 한다. 이들은 사회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인물이다. 책에서는 1%라고 표현했지만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1%는 사실 너무 많다. 한국에서 1%만 해도 50만 명이다. 이 책에 나온 중요인물이라면 0.01%에 해당되는 5,0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소설은 시종일관 정답이 없는 내용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우리 일상이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해답이 있을까. 사람들은 답을 원하지만 답은 없다. 어떤 답을 구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 답은 내가 깨닫자마자 곧 과거의 것이 된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매일같이 펼쳐진다. 이러니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지금 이 사회가 굴러가는 시스템을 발견해도 이미 내가 연구하는 동안 사회는 변한다.

<고용한 밤의 눈>에는 출연자가 많지 않다. 그들 모두 사연을 갖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 다들 무엇인가 대단한 무기를 간직하고 있다. 능력이든 재력이든. 능력이 있어 재력이 생긴 것인지, 재력이 있어 능력을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르겠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능하다. 무엇이든지 돈을 다 대표되는 세상이다. 능력이 많으면 돈을 많이 번다. 돈을 많이 벌면 능력이 좋은 것이다. 모든 사람은 그런 면에서 스파이다. 각자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타인을 속이고 속는다.

자신이 스파이인지도 모르는 스파이도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서로 각자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이 세계를 탈출할 방법을 꿈꾼다. 무엇인가 큰 비밀이 있는 것같지만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다. 모든 것을 알아도 인생은 계속 된다. 그런 면에서 대중 소설과 문학상 받은 작품은 다른 것일까.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추리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대중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인데 이럴 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된다. 대중 소설이라 그런지 여기서 더 흥미진지한 내용이 엮이고 섥혀 펼쳐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더 확장하지 않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변주될 뿐이다. 서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서로 이야기한다. 정답도 없고 대답도 없는 대화를 서로 주고 받는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침묵하는 걸 의미하는 듯 한데 소설을 읽은 내 느낌은 그렇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확장할 수는 없었을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최소한 문학상이 작품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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