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 김연수


김연수의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때 마침 어느 곳에서 김연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당시에 정확히 소설가인지는 몰랐다. 읽어야지 하면서 결국에는 아직까지 소설을 읽지 못했다. 꼭 읽어야 할 의무나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정작 소설은 읽지 않고 이렇게 수필을 읽게 되었다.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이 소설가가 글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소설가의 삶이 어떤지 알려주는 책이다.

소설과 수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초반에 꽤 재미있었다. 내용이 재미있다고 보다는 위트와 반전이 좋았다. 뭐라 이야기하고 가로 열고 엉뚱한 이야기나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웃게 만들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려놓고 썼다고 할까. 여타의 글쓰기 책과는 완전까지는 아니여도 참 다른 책이다. 책 제목인 <소설가의 일>답게 소설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고 소설가로 어떤 식으로 작업하고 소설은 어떻게 쓰는지 어딘지 은밀하면서도 소근소근하게 말한다. 때로는 뻥이지롱~~하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 김연수작가가 어떤 성격이고 말하는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은 느낌으로는 나서서 말을 하고 청중을 휘어잡지 않지만 조용히 자기 할 말은 유머를 섞어가며 집중하게 만드는 스타일같다. 어딘지 능글능글할 것도 같고.

소설을 읽을 때 대체로 내용에 집중한다. 하지만 소설은 내용은 단순할지라도 묘사가 많다. 실제 소설의 핵심은 그런 의미에서 묘사가 참 중요하다고 여겼다. <소설가의 일>에서 그 부분을 정확히 언급한다. 묘사라는 표현보다는 디테일. 우리는 대체적으로 밥을 먹고 배가 부르다고 표현한다. 소설가는 그딴식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글을 읽고 묘사하는 인물이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만들어야한다. 

아주 커다란 놈이 입 안으로 들어온다. 매콤한 맛이 혀 끝을 자극하며 어서 빨리 보내달라고 외친다. 오물거리며 음미할 틈도 없이 어서 빨리 내려 보낼 수밖에 없다. 위라는 놈이 텅 빈 공간이 너무 썰렁하다며 아우성이다. 입에 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채우려 최대한 손이 움직인다. 공간의 여백따위는 필요없다는 위가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을 필요도 없다며 우겨넣고 구겨넣고 정신산만하게 쌓는다. 더이상 필요 없다며 열린 공간으로 공기를 내 뱉는다.
소설의 글은 이런 식으로 쓴다. 김연수는 아무 생각없이 써야한다고 말한다. 알면 못 쓴다. 이 말은 부담없이 쓰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막 쓴다. 다 쓰고 이제부터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제외한다. 모르는 부분을 남긴다. 모르는 부분을 이제부터 다시 쓴다.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모르는 것을 묘사해야한다. 그렇게 내용이 덧붙이며 읽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내용으로 읽는다고 난 했는데 중요한 것은 문장이라고 한다. 문장이 훌륭해야 훌륭한 내용이 완성된다. 내용이 어차피 얼마나 더 멋지고 기가막히고 훌륭하겠는가. 뻔한 내용을 어떤 문장으로 꾸미는 가가 바로 핵심이라고 한다. 이미 모든 내용은 세계문학전집으로 전부 다 알려졌다. 그 책이 기껏해야 몇 백권이 되지 못한다. 남은 것은 그걸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뻔한 내용을 문장을 읽으며 색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들라는거다.

책을 읽다보니 김연수 작가는 365권인가를 서가에 구비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을 골라 365권이 채워지면 그 책들만 매 년 읽겠다고 해서 떠 오르는 것이 있었다. 리뷰를 쓴지 어느덧 1,000권이 조만간 달성한다. 달성할 때가 되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나도 100권을 선정한다던가 권수를 따지지 않고 다시 읽겠다고 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의미있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을 꼭 한 적은 없었는데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 될 듯도 하다.

역시나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감정이 다시 생긴다. 난 무엇보다 세밀한 묘사는 못한다.(라고 쓰고 해 본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체적으로 길게 쓰기보다 좀 담백하고 간단하게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 구구절절 내용을 연결시킨다고 할까.(라고 쓰고 정말 그런가... 갸웃한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 소설도 써 보고 싶다는 욕망은 있다.(정말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나도 필명으로 누구도 모르는 이름으로 원고투고해서 해보고싶다.(이게 가능?????)

<소설가의 일>은 초반에는 위트있게 웃으면서 읽었다. 중반에는 좀 진지하고 소설가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후반에 가서는 어딘지 우울하고 진중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보니 이 책이 어딘가에 연재 비슷하게 한 듯 하니 연재가 끝이 나서 아쉬웠나. 사실 시원섭섭했을텐데. 지금까지 읽은 글쓰기와 조금이라도 연관있는 책 중에는 가장 독특한 책이다. 제목처럼 소설가가 하는 일에 대해 쓴 책이다. 그보다는 김연수작가가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가라는 직업외피를 뒤집어 쓰고.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거 수필 맞겠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김연수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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