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사형


내가 썼다. <책으로 변한 내인생>에 썼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잘 모르겠다면 리뷰가 많은 책을 고르면 된다고. 최근에는 그런 걸 굳이 찾지 않고 도서관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고른다. 무엇인지 몰라도 끌리는 책을 택한다. 추리, 스릴러 장르는 워낙 방대해서 좀 망막한 면이 있다. 간만에 인터넷 서점에 가서 리뷰 숫자가 100이상 있는 것만 따로 적었다.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이런 리뷰를 1년에 약 200권 올리는 나란 놈은~~!!! ㅋㅋ)

정말 재미있거나 재미없어야 쓰게 마련이다. 그렇게 택한 책 중에 하나가 13계단이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도서관에서 빌리다 보니 이 책이 다카노 가즈야키 작품이었다.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던 <제노사이드>작가였다. 그 이후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았는데 불행히도 다른 작품이 없어 읽지 못했는데 이 작품이 떡하니 그 옆에 있었다. 더이상 고민할 필요없이 읽었다. 작가가 재미있게 쓰는데 읽고 싶어도 책이 없어 읽지 못했던 작가니 말이다.

일본 추리소설은 상당히 강점이 있다. 워낙 그분야 장르가 발달해서 그렇다. 그래도 일본보다는 유럽쪽이 좀 더 끌리는데 일본 추리소설은 약간의 호불호와 편차가 좀 존재한다.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뽑기라는 표현을 한다. 재수없으면 안 좋은 제품이 걸려 잔 고장이 많은 제품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일본 추리소설도 그런 면이 있다. 재미있다고 해도 막상 읽어보면 나에게는 다소 재미가 덜 한 경우가 있었다.

유명 작가 작품중에서도 어떤 작품은 재미있고 어떤 작품은 재미없는 경우도 있다. 전작주의처럼 될 수 있는 한 작가의 작품이 재미있으면 다른 작품도 있는 편이지만 일본 작가는 그런 면에서 꼭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데 다카노 가즈야키도 저번 작품은 별로였다. <KN의 비극>은 다소 추리장르도 아니고 조금 애매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그 작품 하나로 옅어지지 않아 읽게되었다.

어느 덧 일본 소설을 꽤 읽은 덕분인지 처음부터 여러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중심 인물 위주로 작품이 진행되어 그런지 소설 속 인물들이 혼동되지 않았다. 초반에 늘 여러 인물들의 이름이 헛갈려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한 번에 누가 누구인지 알면서 읽었다. 
살인 죄로 복역중이던 미카미 준이치는 가석방이 된다. 직접 죽인 것이 아니라 정상참작이 되었다. 집에 온 그는 가족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사사건은 끝이 났지만 민사는 남아 피해자 가족에게 부모가 여전히 돈을 다 주지 못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때 마침 교도관이었던 난고 쇼지가 은퇴를 결심하며 사형수의 무죄를 풀어줄 사건을 변호사에게 의뢰받는다. 난고 쇼지는 미카미 준이치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난고 쇼지는 2번의 사형집행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살인을 직접 저지른 살인자와 자기의 상황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형수가 무죄라는 판단과 함께 이 사건의 착수금과 성과금이 높아 해결하여 은퇴해서 빵집을 차릴 염두였다. 미키미 준이치도 생활고에 힘든 가족 상황에 함께 참여해서 상당수의 돈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인 끝에 함께 하기로 한다.

이들은 사형수가 보호관찰 중에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자를 사형한 것으로 결론나 있는 사건을 뒤집으려 한다. 처음부터 다시 조사한다. 안타깝게도 사형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살해사건 근처에 교통사고로 쓰러졌던 것 이외에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겨우 계단이 있었다는 것만 떠올릴 뿐이었다. 이들은 어렴풋한 사형수 기억에 의지해서 단서를 찾아나선다. 담당 검사가 아직 근무하고 있어 그의 협조도 받는다. 처음 사형선고를 내렸던 자신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검사는.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난고 쇼지대로 자신의 사정이 있고 미카미 준이치도 자신의 사정이 있어 이 또한 소설 내용에 한 축으로 담당한다. 대부분 추리소설은 뒤로 갈수록 범인이 들어나고 맥이 좀 빠지면서 예측 가능한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13계단>은 그렇지 않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겨우 겨우 사건 해결에 들어갈 때즈음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이중의.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초반은 다소 느리고 진지하게 정독을 한다면 중반을 넘어갈수록 시간이 정지되고 책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정독보다는 속독식으로 읽게 된다. 이런 책이 추리 소설의 묘미다. <13계단>이 그렇다. 더구나 유럽 추리소설보다는 페이지도 짧은 약 380페이지정도 된다. 사형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우리와 달리 사형을 집행하는 일본에서 이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은 책은 새책이 아니라 낡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뒤로 갈수록 손에 침이 묻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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