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버인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 책 <기브 앤 테이크>를 읽은 게 2013년이었다. 당시에 다 읽고 리뷰를 올렸다. 해당 글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기버라는 표현을 했다. 나보고 기버란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난 절대로 테이커는 아니다. 기버는 주는 거고, 테이커는 빼앗는 것이라는 이분법에 의하면 그렇다. 테이커는 확실히 아니지만 기버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매처라고 생각한다. 매처는 주면 받는 것이고, 받으면 주는 것이다. 기버는 천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건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준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까지 해서 도와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하면서도 도와준다. 이런 사람을 기버라고 할수 있는데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다. 또는 기버라는 표현에는 약간 호구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니 말이다. 주변 사람들은 어떤 부탁을 해도 들어주니 아무런 부담없이 언제나 요구를 한다. 심지어 그걸 당연하게 생각마저 할 정도다.
스스로 우유부단할 뿐 기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것처럼 지금은 좀 다르다. 무조건 승낙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가려가며 승낙한다. 예전보다는 거절에 좀 더 능숙해졌다. 당시에 이 책을 읽고 나름 충격받은 것은 기버가 더 큰 성공을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주변에 성공했다는 생각되는 사람들은 테이커였다. 자신만 알고 챙기는 사람들이 잘 나갔다. 공이 생기면 자기 것이고 과가 생기면 네 탓이라고 했다.
기버는 호구라고 할 수 있는데 성공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되었다. 핵심은 남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나도 남들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매처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나는 사심없이 도와줬다. 상대방은 받는 데 익숙했겠지만 뭘 요구한 적이 없으니 당연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늘 베풀기만 하던 상대방이 갑자기 요구를 한다. 이럴 때 과연 거부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바로 이 지점에서 기버이면서 성공한 사람의 핵심이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기버와 콰이어트는 묘한 연관성이 있다. 기버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외향적인 사람이 테이커일 가능성이 있다. 조용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기버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고 승리를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테이커가 외향적인 것은 일견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신기하게도 이 책인 <기버앤테이크>와 <콰이어트>는 함께 읽으면 더 도움이 된다. 실제로 각자가 서로 책에 대해 언급까지 한다.
'나'와 '우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테이커는 나라는 표현을 자주하고, 기버는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한국에서 어지간하면 전부 우리라는 표현을 한다. 좋은 표현이긴 해도 한국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끼리끼리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걸 단순히 우리는 기버들이 쓰는 단어고 테이커는 나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고 하다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나라는 표현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자신감 부족으로 여기기도 하는 걸 볼 때 말이다.
기버는 다소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뒤로 물러선다. 사람의 협력을 중시한다. 자신이 돋보이지 않아도 팀이 함께 잘 된다는 입장이다. 비록 내가 돋보이지 못해도 내가 속한 팀이 잘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이런 경우에 당장은 티가 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누가 진짜 중요한 사람인지 파악한다. 누군가 돋보여도 그가 그저 전체의 공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적으로 그는 테이커로 가져간다.
아무나 테이커로 가져가지 않는다. 그 팀에서 힘있고 윗 사람이 가져간다. 아랫사람들은 알면서도 조용히 침묵한다. 잘 나갈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굳이 분란을 일으키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누가 먼저 나서서 정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시의 상황이 변하거나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기버들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볼 때 평판을 하나씩 쌓는다고 할 수 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표현이 딱이다. 평판이 쌓여도 평판일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성공한 기버들이 하는 행동이다. 무조건 퍼주기만 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기버와 달리 성공한 기버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요청한다. 세상에는 의외로 그런 기버가 많다. 받은만큼 돌려받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가끔이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도와준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사람이 매처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떤 사람이 거절하겠는가.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
그런 면에서 평소에 받으려 하기보다 주려 노력한다. 자신이 진짜 기버가 아니라도 말이다. 결정적 순간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게 사실 이 책에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인간이 무리를 형성하며 살아갈 수 있던 이유다. 사람들이 주려고 하고 착하게 행동하는 것은 무리에서 탈락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1번은 몰라도 지속적으로 잇속만 챙기는 사람을 무리는 결국에 응징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뭐,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그 새삼스러운 걸 잘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일뿐. 쓰고 보니 너무 나갔나???
핑크팬더의 다시 돌아보기 : 난 매처같은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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