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속 인간


우리는 모두 태어나 살아간 후 죽는다. 이런 사실은 어느 누구게나 적용된다. 단 1명도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멀리서 보면 이렇게 똑같은 인생이지만 개별적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다 다르다. 태어난 곳도, 살아가는 곳도, 직업도, 신분도, 경제 상황도 다 다르다. 겉 모습은 비록 다를지라도 인간 내면에 있는 정신과 마음은 또 다 비슷하다. 부자나 가난한자나 느끼는 희노애락은 거의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해도 인간의 갖는 감정 등은 같다.
책은 무척이나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식으로 인생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거의 전방위적인 내용을 다 담고 있다.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그들에게 생기는 각종 사건에 대해 심리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소설이라면 묘사에 치중하며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만든다. <소셜 애니멀>은 여기에 각종 이론과 여러 참고문헌 등에 나온 내용을 알려주면서 탄탄한 지적 토대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아마도 이런 식은 알랑드 보통의 소설과 비슷하다. 내가 세상에 나온 것은 부모덕분이다. 어떤 식이든 부모가 만났기에 현재 내가 있다. 누구나 화려한 젊은 시절이 있다. 나에게 화려한 적이 없다고 고백할지라도 젊음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화려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화려함이 없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대체로 젊음을 뛰어넘는 화려함은 없다. 대신에 삶의 지혜나 연륜에서 나오는 깜냥이 부족하다. 바로 그 점이 젊음이 사회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도 된다.
책에서는 에리카와 헤롤드가 주인공이다. 에리카는 멕시코 출신의 가난한 가족에서 자랐다. 헬로드는 중산층 가족에서 그다지 아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잘 자랐다. 둘은 그런면에서 서로 만날 일이 없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수준과 자주 만나고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걸 공유하게 된다. 이런 면은 다니는 회사나 모임 등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특히나 가난한 집에서 그럴 가능성이 극히 드물지만 그나마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은 교육이다.
교육만큼 위로 올라가는데 최고이자 최선은 없다. 무엇인가 하더라도 교육을 받아야 세상보는 눈도 달라진다. 거기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절로 내 위치를 보여주게 된다. 이런 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나마 차이가 덜 보인다. 어지간하면 비슷한 환경이라 특별하게 상위권이 아니면 티가 나지 않지만 미국은 단순히 고등학교를 졸업했느냐 여부로도 차이가 벌어진다. 여기에 대학까지 포함되면 그 차이는 더욱더 벌어지게 되어 있다. 이런 점은 다양한 연구 결과로 연봉차이라도 알려졌다.
이런 교육을 통해 얻는 지식은 단계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단순히 학교 교육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절대로 부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절대적 요소가 되어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를 끝난 후에 스스로 지식을 어떻게 쌓아가느냐다. 초반부터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귀족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인정하고 아직까지 얼마든지 지식과 행동으로 일정 수준을 갈 수 있다.
책에서 초반에는 헤롤드가 주인공처럼 묘사되지만 에리카 이야기로 내용이 전개된다. 중산층의 평범한 가족에서 자란 헤롤드는 아쉬울 것 없이 살아가며 다소 목표지향적인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감에 더 치중하며 책을 쓰고 살아간다. 엄청난 대박이 난 책은 없지만 아쉽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걸 한다. 여러 조사 후 과거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을 펴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고 말이다.
반면에 에리카는 가난한 집에서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 언제나 더 위를 향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도전하고 성취한다. 이런 두 사람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보여주는 책이다. 대체적으로 우리는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숨겨진 매카니즘이 있다. 우리는 그런 걸 전혀 인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감정도 하나의 범주화가 가능하고 분석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별 신경쓰지 않고 우리는 노출된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상당히 많이 진척되었다. 단순히 철학에서 시작한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현대 들어와서 단순히 이런 거대한 담론에서 인간의 아주 사소한 감정이나 행동까지도 그 원인과 이유를 파악하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미지의 것들이 가득하지만 다수의 인간들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정 상황에서 거의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것도 알려졌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단순하면서도 복잡다단하다.
사람의 일생은 각자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누가 더 낫느냐 여부는 잘 모른다. 새옹지마라는 표현처럼 긴 인생을 놓고 볼 때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당장 좋다고 희희낙락할 필요도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의기소침할 이유도 없다. 대신에 나이를 먹고 노년이 될수록 될 수 있으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되지 않을까라는게 내 생각이다. 책 제목처럼 인간은 혼자가 아닌 군중 속에 살아간다. 반드시 군중 속에 있을 필요는 없어도 여러 사람과 만나며 발전하고 소속감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오래 걸려 읽을 책이긴 해도 그런 면에서 가치있다.
핑크팬더의 다시 돌아보기 :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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