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 항상


부담없이 편하게 읽으려고 고른 책이다.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생각과 달리 여러 생각을 하며 읽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책은 분명히 아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걸 담담하게 어깨에 완전히 힘을 빼고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거창하게 이렇게 하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그랬는데 힘들었다. 지나고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직접 글과 그림을 그리니 시각적으로 더 풍성하게 내용을 전달해준다. 글로 읽으며 받아들이게도 만들지만 짧은 글이라도 그림으로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는 공감을 많이 했다. 작가가 상당히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사람들에게 속살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 있어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엄청 강한 사람이다. 낯도 가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같았다.
자신을 억지로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지만 글쓰는 사람의 숙명이긴 하다. 글이란 나에게서 시작된다. 아무리 꽁꽁 숨기려 해도 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글을 쓰지 않으면 숨길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글쓰는 사람이라 여기긴 힘들다. 글을 통해 무엇인가 전달하거나 마케팅 같은 걸 하려는 사람은 가능하다. 한마디로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물론이고 소소한 것까지 전부 의도치 않게 공개한다.
작가의 그런 용기(?)는 독자에게 오히려 힘과 용기를 준다. 어딘지 대단해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는 작가가 나랑 차이가 없다. 이런 것에 괜히 공감되고 위안받고 괜히 우쭐해지기도 한다. 나는 무척이나 찌질한지 알았다. '나는' 이란 표현을 했지만 사실은 '나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랑 너무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런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혼자 끙끙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들 말을 못하고 있던 것이다. 괜히 기쁘고 삶이 좀 더 살기 좋다는 느낌마저 든다.
초반에 나란 사람부터 알아야한다고 시작한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나를 모르면서 자꾸 다른 사람을 쫓아가려 하니 항상 무엇인가 쫓기고 실행을 해도 언제나 마음이 허하다. 성공을 쫓는다고 꼭 행복한 것이 아닌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책에 나온 이런 문구에는 또 살짝 반감도 든다. '산꼭대기에 올라야만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은 어리석다.' 그 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도 좀 아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구나라고 인정하면 된다. 나는 산꼭대기에 가지 않아도 산 중턱까지만 가도 행복하다. 그거면 된 거 아닐까한다. 내가 잘 하려고 노력하고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하는 것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먼저 아닐까. 이런 것은 우선순위에서 사람들이 잘못 선택했다. 나를 먼저 알고 무엇인가 보여주려 하는데 보여주는 것부터 먼저 하려니 계속 제자리에 머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긴 하겠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이란 소재가 있다. 엄청난 경험을 하고 힘들게 살아야 대단한 글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너무 평탄한 인생을 살아 기가 막힌 글이 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확실히 엄청난 경험을 책으로 펴 낸 사람들이 쓴 책만 눈에 들어온다. 이건 착각이다. 누구나 얼마든지 평탄한 삶을 살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얼마나 더 세상을 관찰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이다.
책에서는 많이 느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표현했다.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전부 찌질하고 너무 가난하고 입에 담지 못할만큼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 않았다. 나도 그런 착각을 한다. 내가 경험했던 것중에 아주 힘들고 어려운 걸 꺼내서 풀어볼까. 더 사람들에게 공감받고 좋아해 주지 않을까. 이런 경험을 억지로 꺼낼 이유는 없다. 감성팔이가 되는 것보다는 진실되게 내가 본 세상을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해보였다. 한 번만 하고 빠질 것이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작가도 나처럼 블로그에 단 덧글에 전부 답글을 달아준다고 했다. 그 글을 쓴 후에 확인해보니 안 쓴 답글이 많아 몇 달만에 달았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이 이렇게라도 답글을 달아줘서 고맙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거의 될 수 있는 한 포스팅한지 24시간 이내에 쓴 글만 답글을 단다. 내 글을 읽어준 사람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여긴다. 부족한 내 글을 읽어주는 분에게 그 정도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가 내 생각이다. 초대박 블로그에 비해 다행히도 덧글이 적어 가능하다. 이런 저런 소소한 내용이 오히려 나에게 여러 공감과 생각을 던져줘서 즐겁게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그림 못 그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소소한 공감이 쌓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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