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정의


꽤 독특한 소설이다. 책에서 주인공은 없다. 보통 소설은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 되거나 전지적 시점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시점이 좀 더 감정 이입이 되기 쉽지만 어딘지 아쉬운 느낌이 있다. 전지적 시점은 모든 걸 알 수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주인공의 시점이 주 대상이 된다. 책을 읽고 있는 내 입장에서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행동과 내면이 가장 궁금하다. 그에 따라 파생되는 다양한 면들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

이런 점에서 <저스티스맨>은 색다르다. 소설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한 존재가 서술한다. 그는 전지전능한 시점으로 모든 걸 알고는 있다. 서술하는 느낌은 책에서 벌어진 사건을 주변에서 관찰하고 조사한 존재가 사건 후에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형식이다. 이 와중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서술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제 삼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하나씩 알려준다.

마지막에 가서 뜻하지 않게 이 모든 사건의 배후인 인물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느낌 상 갑자기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는 듯했다. 소설 내용은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다. 어딘지 연쇄살인이라고 하면 장르상 추리쪽으로 흐르며 연쇄살인범의 심리묘사와 사건을 저지르는 잔혹한 묘사가 떠오른다. 그런 책이 아니다. 심리묘사는 없다. 사건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없다. 오히려 무척이나 피상적으로 죽었다는 문장으로 끝낸다. 

그나마 연쇄살인범이 특징이 있어 총으로 두 방을 쏴 흔적을 남긴다는 정도다. 이런 살인은 어딘지 종교적 의미를 포함하는 것처럼 여기지기도 할 정도긴 해도 소설을 읽어 볼 때 특별한 의미는 없다. 소설은 어느 카페에서 올라오는 글 위주의 내용이다. 한 마디로 그가 왜 죽었는가에 대한 원인을 따진다. 그는 죽을만한 인간이었다는 것이 주장하는 바다. 나쁜 인간이라는 거다. 사회에 득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인물들만 죽었다.
카페 운영자가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상당한 조사 후 원인과 결과를 보여준다. 보이는 면만 볼 때 그저 살해당한 것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한 행동을 볼 때 죽어 마땅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운영자가 그런 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 글을 읽은 카페 회원들이 그렇게 느낀다. 연쇄 살해된 인물들의 연결고리는 전혀 없다. 싸이코패스가 그저 놀이삼아 죽이는 것도 아니다. 살해된 인물들의 연결고리라고 하면 나쁜 놈.

누군가를 모함하거나 해를 끼친 인물들이다. 이런 정황을 카페 운영자는 정확하게 묘사한다. 경찰도 이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언론은 일부러 축소마저 하는 모양새다. 오로지 카페만 지속적으로 추척관찰하며 살해동기 등을 알린다. 이 과정에서 카페 회원들의 반응이 중요한 소재다. 누군가 누구를 처단하고 선악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늘 결과만 볼 때 누군가 나쁜 놈이 되지만 원인도 중요하다. 다들 들고 일어나 죽일 놈이라고 지목된 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책 내용은 전작인 <스파링>에 비해 재미가 덜했다. 아마도 특별한 한 인간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전개라 그런 듯하다. 살인 사건이 날때마다 살해당한 인간이 저지른 악행에서 피해를 입는 인물에게 어느 정도 측인지심 등의 감정 이입이 되지만 아주 짧게 내용이 끝나니 감정이 끊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악을 보여준다. 그에 따라 인간들이 갖는 생각과 행동을 보여준다. 소설은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

카페 운영자도 작가를 꿈꾸던 인물이고 이를 조사하며 뒷 배경을 알려주며 점점 권력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재미삼아 시작했을 수 있짐나 갈수록 그를 추종하는 인물들이 생기고 카페 운영자는 이를 묵인한다.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가타부타 말이 없고 가끔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또 다시 괴물이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사회에서는 작은 모임, 큰 모임, 회사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간도 많다. 이들은 영향력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한다. 

<저스티스맨>은 참신한 시도로 보였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전개방식이나 서술하는 방법이 다른 소설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 낯설음 때문에 다소 소설 읽는 재미로는 덜했지만.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어 일부러 읽지 않고 리뷰를 썼다. 혹시나 작가에게 설득될까봐. 하다보니 도선우 작가의 책을 두 권이나 다 읽었다. 책 리뷰로 유명해진 후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향후 또 책이 나오면 그때가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형식의 낯설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매 단락마다 짧고 굵게.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1073221503
스파링 - 재미있다

http://blog.naver.com/ljb1202/220903436249
붉은 소파 - 재미있다

http://blog.naver.com/ljb1202/209210721
살인자의 기억법 -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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