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불법 뒷조사, 뺑소니의 향연을 볼 때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공개 직후부터 강렬한 소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동안 쿠팡플레이는 타 OTT 플랫폼처럼 매달 수많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쏟아내기보다는, 약 두 달에 한 편 정도의 주기로 굵직하고 개성 강한 작품들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독자적인 콘텐츠 전략을 유지해 왔습니다. 작품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 편을 내놓을 때마다 화제성과 차별화된 재미를 확실하게 챙겨왔기에 이번 신작 드라마가 공개된다는 소식 역시 방영 전부터 장르물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요소는 단연 화면을 꽉 채우는 역대급 주연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김혜수를 필두로 조여정, 김지훈, 김재철까지, 각자 다른 작품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간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년시대>처럼 비교적 젊은 배우들을 기용하여 신선하고 유쾌한 감각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 내공을 지닌 베테랑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대결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인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그 불륜마저 사소한 문제로 전락시켜 버릴 만큼 훨씬 더 심각하고 거대한 비밀과 범죄가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기존의 인기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삼지 않은 100% 순수 오리지널 각본으로 제작되어, 매 회차 시청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극의 중심을 이끄는 부부인 박경희(김혜수 분)와 임재홍(김지훈 분)은 각자의 욕망과 결핍을 감춘 채 불안한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로, 겉보기와 다른 서사를 품고 등장합니다.
이들 부부의 과거 서사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 트렌드와 결합하여 매우 흥미롭고 드라마틱하게 그려집니다. 과거 두 사람은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의 누수를 넘어 방바닥 전체가 빗물로 가득 차오를 정도로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절망하는 대신, 집에 물이 차오르는 기막힌 상황을 촬영하여 유튜브 영상으로 업로드했고, 이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생의 대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가난을 극복하고 점차 부를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현실적인 브이로그 형식으로 공유하며 대형 구독자를 거느린 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이 늘어선 부촌으로 이사하는 데 성공합니다.
유튜브를 통한 성공을 발판 삼아 아내 박경희는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번듯한 인테리어 회사까지 설립하고 업계의 저명한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로 승승장구합니다. 반면 남편 임재홍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뚜렷한 빛을 보지 못한 채 아내의 명성에 가려진 삶을 살아갑니다. 한편, 이들 부부가 새롭게 이사한 집 맞은편에는 태생부터 부유층이었던 안수정(조여정 분)이 살고 있습니다. 소위 '올드 머니'에 속하는 안수정은 유튜브로 벼락부자가 되어 동네에 입성한 박경희 부부를 내심 탐탁지 않게 여기며 거리를 두려 하지만, 자녀들의 학교 및 교육 문제가 얽히면서 원치 않는 인연을 맺게 됩니다.
동네 피부과 원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안수정은 어느 날 임재홍이 동료 여배우와 함께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자 묘한 낌새를 눈치채면서도 치료를 도와줍니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완벽해 보이는 안수정 역시 남편 주보성(김재철 분)과 치열하고 지저분한 이혼 소송을 치르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직 하나뿐인 딸의 양육권을 직접 차지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의 치명적인 유책 사유와 약점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위태로운 이웃 간의 경계선과 각 가정의 불화가 도사리던 가운데, 뜬금없이 남편 임재홍을 둘러싼 충격적인 스캔들이 터지며 파란이 일어납니다.
아내 박경희가 워낙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초거대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남편 임재홍의 불미스러운 스캔들은 순식간에 인터넷과 언론을 도배하며 걷잡을 수 없는 난리로 번져나갑니다. 드라마는 1회와 2회를 통해 이 스캔들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떻게 꼬이기 시작했는지 치밀한 타임라인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혼란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언론 보도와 달리, 인물들 사이의 오해와 기만, 그리고 누군가의 악의적인 조작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임재홍의 스캔들은 당사자들조차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모합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반전의 국면을 맞이합니다. 아내 박경희는 미디어에 폭로된 남편의 스캔들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분노에 휩싸이지만, 정작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임재홍이 불륜을 저지른 대상은 세간에 알려진 여배우가 아닌 전혀 엉뚱하고 충격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러나 작품의 제목이 선언하듯, 이 드라마에서 배우자의 배신이라는 불륜은 곧이어 닥쳐올 거대한 비극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싸늘한 주검이 노출되고 시신의 뒷모습이 화면을 비추면서, 극은 단순한 치정 멜로를 단숨에 뛰어넘어 섬뜩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장르물로 급격히 변모합니다.
살인 사건과 더불어 각 등장인물들의 비윤리적인 범죄 행각도 꼬리를 물고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안수정은 이혼 소송에서 남편 주보성을 확실하게 짓밟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불법 뒷조사와 도청까지 서슴지 않고 의뢰하며 법과 도덕을 가볍게 무시합니다. 더욱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SUV 차량이 사람을 심하게 치어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해 버리는 충격적인 뺑소니 사건까지 발생합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모두가 자신의 욕망과 치부를 덮기 위해 범죄에 가담하거나 도덕적으로 심각하게 파탄 난 모습을 보이며 충격을 안깁니다.
결국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누구의 죄가 더 무겁고 나쁜지 그 우열을 가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부패하고 삐뚤어진 인간 군상들의 뫼비우스의 띠를 그려냅니다. 두 부유한 가족의 일상에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살인, 불법 뒷조사, 뺑소니 사건들은 진정으로 불륜이라는 이슈를 뇌리에서 잊히게 만들 만큼 강력한 마력을 발휘합니다. 인물들이 서로의 치명적인 비밀을 감춘 채 더 큰 악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와 스릴러의 문법이 아주 정교하게 결합된 수작입니다. 총 8부작이라는 압축적인 분량으로 편성된 이 작품은 매주 금요일마다 2회씩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명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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