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꼬무를 거의 보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 책 <십자가의 괴이>에 나온 소재를 잘 몰랐다. 6명의 작가가 썼는데 같은 소재로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냈다. 첫번째인 조영주 작가 소설을 읽을 때는 잘 몰랐다. 두번째, 세번째를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모든 소설이 전부 십자가 사건을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걸. 그러다보니 저절로 궁금해져서 찾았다. 십자가는 기독교에는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큰 상징이라 그렇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눈에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만큼 확실하고도 분명한 상징이 없다. 특히나 십자가는 예수님이 못박혀 돌아갔다는 절대적인 상징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고행 길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여러 엑소시스트 영화에서는 십자가로 악마를 물리친다. 이런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찾아보니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건 피를 계속 쏟으며 과다출혈로 죽었다는 뜻도 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는데 타살이 아닌 자살로 결론이 났다. 심지어 죽은 사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과 똑같았다. 옆구리에 상처까지 있는 상태에서 양 손과 발이 못박혀 있었다. 도저히 이걸 자살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 스스로 못을 박아 죽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양 손을 전부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에서 딱 좋아할 소재다. 죽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었고, 죽을 당시가 부활절 근처였다. 이런 소재를 근거로 <십자가의 괴이>가 써졌다. 소설가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근거로 쓴 작가도 있다. 그걸 단순히 소재로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꽤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도 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모멘텀으로 쓴 내용은 좀 더 빠져 읽었다.
또한 예전 한강 실족 사건을 엮은 내용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란 상상력 대장이다. 창작하는 건 고통스러울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연결을 떠올리고 신나하지 않았을까한다. 첫번째 소설을 쓴 조영주는 자신의 경험담을 근거로 썼다. 십자가 사건이 워낙 신비한 느낌을 있다보니 대부분 작가가 추리적인 요소를 넣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심령적인 요소가 많다. 조영주 작가는 망막분리를 겪었다. 실제로 자신이 겪은 내용을 십자가 사건과 엮어 재미를 줬다.
내용이 살짝 빙의같은 느낌도 주는 형식이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쓴 전건우 작가였다. 십자가 사건 자살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엮었다. 여기에 소설 주인공이 편집자다. 작가가 십자가 사건을 모티브로 쓰는데 신기하게도 자신이 쓴 내용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걸 편집자가 작가가 쓴 내용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사실은 십자가 사건의 사이비 종교에서 만들었다는 식으로 전개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박상민 작가의 소설도 흥미로웠다. 최근 사회적 처벌에 대한 작품이 많다. 이 소설도 그런 내용이다. 한강에서 실종 된 걸로 된 후 실족되었다며 화제가 된 사건을 다룬다. 소설에서는 직접적인 연결은 없다. 대신에 남은 사람이 어떻게 이를 풀어낼 지에 대한 이야기다. 공권력의 무능에 치를 떤다. 충분히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남은 자들이 직접 조롱도 하면서 왜 그게 문제인지를 직접 시현 등으로 세상에 밝히려고 하는 내용이다.
이상하게도 작품에서 무진이라는 도시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는 없는 도시다. 아마도 진짜가 없다는 뜻으로 쓰는 게 아닐까한다. 소설에서도 특정 도시를 무진으로 활용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런 옴니버스 소설은 여러 작가들이 쓴 내용을 읽는 재미가 있다. 같은 소재라도 작가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게다가 솔직히 그 중에서 내가 좀 더 재미있게 읽는 작가도 있다. 이건 나랑 결이 맞기에 그런게 아닐까한다. 너무 신기한 십자가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이라 재미있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길었으면도 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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