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평생 어떤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헤어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하다. 오랫만에 만나면 어떻게 살았는지 듣는다. 대체적으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은 정도다. 너무 흥미롭거나 빠져들 정도는 아니다. 무난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쩌다 만나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그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생활 속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소설 <면도날>은 그런 면에서 작가가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머물지 않고 중요할 때마다 만나고 조언도 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엘리엇이 주인공으로 알았다.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다. 철저하게 작가인 내가 만나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서술한 소설이다. 심지어 자신이 특정 내용은 어느 정도 각색을 했거나 윤색했다는 뉘앙스가 있지만 고백한다. 들은 이야기라 불안정하다고. 엘리엇은 상당한 부자다. 기본적으로 거의 매일 파티를 즐긴다. 자신이 직접 개최하기도 하고 초청받아 참여하기도 한다. 부동산을 구입하고 투자로 수익을 내며 미국과 유럽에 여러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작가를 만났지만 그다지 유명하지 않기에 처음에는 다소 탐탐치 않았다. 여러 번 만나면서 점차적으로 친하게 지낸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갖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한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예술적 심미안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문화와 에술에 대한 조언이 깊은 경우가 많다. 이건 돈이 있다고 가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단순히 부자는 천박하다. 돈만 있는 부자는 귀족에 끼지 못한다. 예술적인 소양을 갖춰야 귀족이 아니라도 대접을 받는다. 엘리엇은 그렇게 작가와 친해진다. 엘리엣에게는 조카인 이사벨을 만난다. 더없이 발랄하고 얼핏 천진난만하지만 가난을 모르고 살았다. 부자까지는 아니지만 엘리엇을 통해 여러 도움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그는 결혼을 약속한 래리가 있다. 래리는 전쟁에 참여해서 전우가 죽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대해 새롭게 인식한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이사벨 마음과 달리 어딘지 결혼에 대해 미적거